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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직업교육 배려가 공정사회 첫걸음 / 이광호

등록 2011-04-07 19:49

이광호 공주대 사범대 부학장
이광호 공주대 사범대 부학장
‘높은 교육열’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매우 높다. 자기 자식을 자기 돈 내고 과외공부 시키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를 받는 게 우리나라 실정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참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열이 낮아 고민인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이니 말이다. 과도한 교육열 때문에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높은 교육열이 우리의 큰 자산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교육열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만 집중된다는 데 있다. 인문교육에 대한 교육열은 매우 높지만 직업교육에 대한 교육열은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중등 단계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는다. 대학생 수는 300만명, 박사학위 소지자는 1만명이 넘는다. 고학력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는 아니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교육받고 취업할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란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정의한 바 있다.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학생들은 직장을 찾는 입직 단계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고졸이라는 학력 때문에 취업 문턱에도 서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고를 졸업하고도 많은 학생들이 은행에 취업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극소수의 상업정보계고 졸업생만이 금융권에 취업한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학력 인플레로 인한 하향 취업도 그중 하나다.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려는 잘못된 의식은 학력 인플레 현상을 일으켰고, 이는 하향 취업 현상을 심화시켰다. 궁극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졸업 뒤 취업을 희망하는 특성화고 졸업자다.

학력 인플레로 인한 하향 취업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취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젊은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높은 단계의 교육기관에 입학하려고 하고, 이로 인해 학력 인플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완화하려면 입직 단계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국가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정한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라면,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취업 촉진을 위해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민은행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많은 고등학생이 의대 진학을 원한다고 대부분의 학과를 의대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고등학생이 대학 진학을 원한다고 해서 국가가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국가가 특성화고에 불리하게 되어 있는 제도나 관행을 바꾼다면,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고 고등학교 단계에서 직업교육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직업교육을 기피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학생과 학부모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특성화고 졸업생들도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면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취업과 관련해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란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채용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학력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선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사회다.

이광호 공주대 사범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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