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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MB 임기 말…권력 언저리 풍경 / 김이택

등록 2011-04-07 19:51수정 2011-04-07 19:53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참 희한한 일이네.” 엊그제 아침 신문을 들여다보던 동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는 청와대랑 가깝다면서요.” “○○○는 물먹고 있다던데.”

한상률 사건 처리를 놓고 조기종결하려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찰총장이 “미진한 대목을 마저 수사하라”고 제동을 걸었다는 기사를 놓고 이런저런 관전평이 쏟아졌다. 소문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직업적 본능으로 뭔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은 다들 직감하는 분위기다.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서울지검장이 더 파겠다고 할 때 총장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말리는 경우는 더러 봤지만, 그 반대라면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터. 검찰 주변에선 차기 검찰총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서울중앙지검장이 한씨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해서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보려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검찰총장이 얼마 전 사석에서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못할 게 어딨어”라고 한 말도 의미를 곱씹게 된다.

4년차를 지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만만찮은 레임덕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계획 철회에 한때 측근으로 꼽히던 의원들까지 대통령을 공격하고, 일부에선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나마 박근혜 의원 발언으로 초점이 옮겨가며 파장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앞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등 이 대통령을 괴롭힐 지뢰밭은 곳곳에 놓여 있다.

이런 때일수록 마지막까지 자기를 지켜줄 데를 찾는 게 권력의 생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검찰은 임기 말 대통령을 지켜줄 마지막 ‘칼’이다. 반대로 검사 처지에서 보면 검찰총장은 최고의 자리이고, 기회는 평생 단 한 번 주어지는 법. 눈 한번 질끈 감고 승부를 걸어보자는 유혹을 받을 만하다.

한상률 사건 개요도의 맨 꼭대기엔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 수사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최근 “제보자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이상득 의원을 만났다”는 검찰 진술 내용까지 새롭게 공개됐다. 더 해보라는 검찰총장과 종결하려는 검사장. 검찰 안팎의 눈이 이들에게 쏠려 있다.

마침 이 기사가 나온 날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서너곳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는 내용도 함께 실렸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은 면했다”고 한 뒤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했던 사실과 연관짓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물론 정확한 배경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대기업 정책에서도 ‘온탕 냉탕’을 반복해온 이 정권의 그간 행태에 비춰보면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검찰과 국세청이 동시에 등장한 이날치 신문이 ‘우연의 일치’치고는 공교롭다.

최근 국정원 인사에서 1·3차장을 바꾸면서 원세훈 원장은 유임시킨 것도 측근을 권력기관에서 빼낼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연평도 포격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교체설이 유력했지만 역시 “임기 말에 믿을 건 내 사람뿐”이라고 정리한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에는 그동안 믿음직한 ‘권력’이 하나 더 있었다. 아마도 검찰·국정원·국세청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더 막강한 ‘정권 지킴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조금 달라졌다. 종편채널 선정이 끝나자마자 보수언론들이 보인 태도 변화는 보는 사람들을 낯뜨겁게 한다. 엊그제 <동아일보>가 1면 머리로 지엽적인 소재이긴 하지만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기사(4월6일치 ‘지역 건설사들 4대강 헛물만 켰다’)를 올린 게 상징적이다. 과거 정권들이 임기 말에 당했듯이, 역시 정권 입장에선 이들이 끝까지 자기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기는 힘들 것이다.

임기 말을 향해 달려가는 대통령이 기댈 건 역시 힘 쓰는 ‘권력기관’뿐. 그 속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rikim@hani.co.kr

김이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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