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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4·27 재보선과 간 큰 직장인 / 정영훈

등록 2011-04-19 19:56

정영훈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 변호사
정영훈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 변호사
정 상무가 묻는다.

“김 대리! 분당 살지? 이번에 투표해?”

김 대리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 우리 동네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모양이던데, 그게 언제죠?”

“선거일도 몰라? 이번 보궐선거 4월27일이잖아.”

“샐러리맨들 시간 없는 거 잘 아시잖아요. 혹시 상무님이 휴가를 주시면 모를까요.”

“아니, 김 대리 그렇게 간이 작아? 인사팀에 얘기해. 투표하고 좀 늦게 출근한다고.”

“에이, 상무님도. 제 책상 사라지면 상무님이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회사 출근시간은 아침 8시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는 보통 6시께 출발한다. 투표를 하고 나면 통근버스를 놓친다. 투표를 하고 승용차로 출근하면 고속도로 전용차로에 걸린다. 어쨌든 지각하기 딱 좋다. 그리고 우리 회사 퇴근시간은 오후 5시30분이지만 시간에 맞추어 퇴근하는 사람은 없다. 일도 남았고 눈치도 보이고 길도 막힌다. 출근시간은 있어도 퇴근시간은 없는 것이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고달픈 현실이다.

물론 법에 직장인의 투표권은 이미 보장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10조는 근로자가 투표권 행사 시간을 요청하면 사용자는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6조 3항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이렇게 법에 투표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많은 직장인이 투표하기 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첫째 이유는 법에 투표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직장인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이유는 설령 투표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이를 회사에 당당하게 청구할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귀 큰 정치인이 필요하다. 당리당략을 떠나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재보궐선거 유권자에게 최소 2시간 이상의 유급휴가를 주는 법 개정을 추진할 귀 큰 정치인이 필요하다. 법을 개정해서 사용자에게 유급휴가를 주어야 할 의무를 부과하면, 회사에서 먼저 임직원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공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장인들은 마음 편하게 투표권 행사 시간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통 큰 사장님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길은 멀리 있다. 당장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사장님들의 통 큰 결정이 필요하다. “좋다. 우리 회사는 유권자인 직원들에게 최소 2시간의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먼저 선언하는 것이다. 통 큰 사장님, 얼마나 멋있는가? 필자가 대표로 있는 ‘직장인 작은권리찾기’에서 벌이고 있는 ‘직장인 투표권 보장 기업’ 참여 캠페인에 이미 통 큰 사장님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간 큰 직장인이 필요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게으름을 거부하고 깨어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간 큰 직장인이 필요하다. 꼬박꼬박 가장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샐러리맨들이여! 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 있고 자식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있는 지역구의 선거를 소홀히 하는가? 왜 조직선거, 동원선거로 전락하는 재보궐선거를 그냥 보고만 있는가?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고서 왜 당선자를 욕하는가? 전체 유권자의 20%도 안 되는 지지율로 당선자가 결정되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당신인데.

담벼락에 붙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표어처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4·27 재보궐선거가 대의민주주의의 허울만 빌린 가짜 꽃이 되느냐, 아니면 유권자들이 키워낸 진짜 꽃이 되느냐는 당신의 참여에 달려 있다. 샐러리맨들의 투표 여부가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간 큰 직장인이 되어야 한다.

정영훈 직장인 작은권리찾기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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