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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강정마을에 평화를 / 허상수

등록 2011-04-20 20:03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지금 제주도는 ‘전쟁중’이다. ‘세계 평화의 섬’이 분쟁과 갈등의 공간으로 뒤바뀌어가고 있다. 인권과 평화, 지속가능성을 존중해야 할 지역 공동체와 동아시아의 장래에 매우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을 막아보려던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강제연행·구속되었다. 그 마을에 살고 있던 이 영화평론가는 연행 과정에서 경찰에 폭행당하였다. 급기야 그는 이런 공권력 행사의 부당함에 정면 항의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옥중 단식을 하고 있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는 19일부터 동조단식을 시작하였다. 군사기지 반대 불길이 마을 밖, 섬 밖으로 옮겨붙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의 ‘전투’가 벌어진 곳을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유네스코,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가 환경·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그야말로 아름다운 강정 바닷가입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제주섬 전체로도 가장 물이 많고 맑아서 ‘일강정’(一江汀)이라고 불렸던 천혜 절경의 해변 공간이다. 그래서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도 친히 나서 경관 유지와 마을 보존을 호소할 정도이다.

지난 1월 서울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운동을 벌일 때 비정규직 조직노동자 돕기 바자회와 김치 만들기 등 ‘발랄하게 응원하는’ 문화를 일궈냈던 ‘날라리 외부세력’ 모임은 또다시 트위터로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공동행동을 규합해냄으로써 이 투쟁에 연대 의지를 천명하였다. 한 시민이 트위터에 “강정마을로 현수막을 보내 달라”는 호소의 말을 올리자 누구 하나 특별히 주도하는 사람 없이 “하자”라는 말을 날리며 “왁자지껄 현수‘막’ 쓰자!”는 모임이 가상공간에 만들어져 실제 공간에서의 홍보운동으로 확전되고 있다. 왜 이들은 이 투쟁에 참여하여 행동하게 되었을까?

첫째, 이 싸움은 안보국가집단과 자본주의국가세력이 서로 결탁하고 동맹을 맺어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저항을 폭력과 망언으로 짓밟고 있는 ‘더러운 전쟁’이기 때문이다. 삼성 재벌 등이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해군기지 공사는 지역경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도 않을 사업이 되고 말았고, 급기야 도민 공동체의 반목과 대립만을 조장하게 되었다.

둘째, 소중한 평화시대의 조류에 전적으로 역행하는 너무나 무모한 비경제적, 반환경적, 몰시민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군사기지 폐쇄는 세계적 대세이다. 심지어 해군조차 지난해 3월 의문의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대양해군’에서 ‘연안해군’으로 군비증강 방침을 스스로 축소하고 작전반경을 조정함으로써 무리한 해군기지 신설의 타당성을 상실하였다.

셋째, 절대보전지역을 유지함으로써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는 해법을 가로막고 있는 반민주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3월15일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의결’을 하였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어정쩡한 태도이다. 무릇 지방자치단체장은 다수 도민의 의지와 감정과 이성을 존중해야 한다.

넷째,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관광 미항 기능의 세계적 군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듯 시장논리를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지역 안정을 깨뜨리고 전쟁을 부추기는 반평화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많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반대함으로써 2009년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라는 직접민주주의 투쟁이 전개되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곧 도래할 회기에 국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통하여 제주도지사에게 전권을 위임함으로써 중앙정부의 건설 책임과 관리 권한의 책무에서 회피하려는 음모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어 있는 농민과 시민,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이 합세하여 제주해군기지 저지 활동을 하는 일은 상당한 정당성을 가진 것이다. 정의와 도덕적 승리를 위한 진보세력의 분투는 진화되어야 한다.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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