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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나들목과 조롱목 / 강재형

등록 2011-05-18 18:15

나들이하기 좋은 철이다. 도시의 소음과 수많은 사람, 빌딩 숲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려면 교통 혼잡을 겪어야 할 때가 있다. 여기저기 차가 밀리고 길이 막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정체와 지체 원인은 차선 ‘도색 작업’이나 ‘병목 현상’, 무리한 ‘차선 변경’에 따른 접촉사고 등 여러 가지. 갑갑한 교통 상황에서 ‘차선 도색’ ‘병목’ ‘차선 변경’이란 표현과 마주치면 더 답답해진다.

‘차선도색작업중’(車線塗色作業中). 한자까지 병기된 안내판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보았다. ‘차선 도색’은 우리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뒤늦게 오른 도색은 색칠·채색과 같은 뜻이다. 차선 도색은 그러니까 ‘차선을 색칠한다’는 표현이 된다. 도로에 선을 긋고 안내 표시를 새기는 작업은 ‘차선 긋기 작업’이나 ‘노면 표시 작업’이라 해야 제 뜻을 담아낸다. 병목 현상은 ‘도로의 폭이 병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곳에서 일어나는 교통 정체 현상’(<표준국어대사전>)이다. 병목과 함께 같은 뜻인 조롱목(조롱 모양처럼 된 길목)을 쓰면 어떨까. 병목(甁-)은 보틀넥(bottleneck)을 직역한 낱말이니 토박이말 살려 쓰자는 뜻이다. 인터체인지를 다듬은 나들목과 짝을 이루니 더 좋고. 차선(line)은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이고 차로(lane)는 ‘찻길’로 차가 다니는 길이다.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며 신경전을…”(ㅁ방송 뉴스)은 ‘…차로 변경…’으로 해야 맞다.

경찰이 3색 화살표 신호등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했다. 새로운 교통신호 체계 도입이 시민 생활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교통은 서로 잘 오고 가게 하는 것이니 교통 정책을 잘 세우고 제대로 펴나가려면 이번 결정처럼 여론과 소통해야 한다. 교통 용어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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