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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주산의 부활

등록 2005-07-07 17:47수정 2006-02-21 18:45

많은 서구인이 아시아인한테 ‘계산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수학전쟁’에서도 이런 콤플렉스가 엿보인다.

두 달 전 수학 전문가와 학부모·교육단체 등이 인터넷( www.nychold.com/myths-050504.html )에 ‘수학 교육에 관한 10가지 신화와 당신이 그것들을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그 배경에는 미국 학생의 수학 실력, 특히 계산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공격 대상은 지난 20년 동안 초·중등 교육을 주도해온 전국수학교사협회다.

논의를 단순화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기존의 ‘이해 위주 교육’에 책임이 있다며 ‘훈련 위주 교육’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싱가포르·일본·한국 등 동아시아 나라들처럼 어릴 때부터 계산법과 공식을 가르치고 되풀이해서 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인의 수리 능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의 하나가 주산이다. 1970~80년대 우리 학생들의 주산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집집마다 주판이 한둘씩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주산을 통해 계산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알았다. 하지만 전자계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90년대 이후 주산은 교육 현장에서 썰물처럼 사라졌고 급수시험마저 없어졌다.

언제부턴가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비슷한 문제를 지겨울 정도로 푼다. 주입식 교육의 원리가 수리교육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당장 효과는 있겠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이런 방식을 본받는다고 해서 우쭐할 이유가 없다.

최근 들어 주산이 부활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14년 만에 초·중학생 대표가 국제주산대회에도 참가한다고 한다. 주산이 다시 한국인의 수리능력 유지·강화에 한몫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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