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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정보무늬 / 강재형

등록 2011-06-22 19:44

사회생활 하며 익혀가는 세상살이 중의 하나가 명함 주고받는 법이다. 상대방과 눈 맞추고 두 손 모아 명함 건넨 뒤 악수를 청하는 게 기본. 내키지 않은 만남이어도, 인사치레에 그칠 거라는 걸 뻔히 알아도 ‘명함 거래’는 빠질 수 없는 사회 예절이 된 듯하다. 자신의 정보를 드러내는 명함은 시대 흐름을 담아내기도 한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일색이던 명함이 형형색색 다양한 빛깔로 옷을 갈아입은 건 오래전의 일. 플라스틱이나 헝겊으로 만든 게 있는가 하면 금박, 은박 명함도 있다. 인쇄 대신 구멍 뚫기도 하고 오톨도톨하게 점자 찍은 것도 있다. 최근에는 ‘이것’이 박힌 명함이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 네덜란드에서는 이것을 새긴 기념동전까지 만들었다니까 말이다. 요즘 정보 전달 방법의 추세인 이것은 큐아르(QR)코드이다.

인터넷과 인쇄 광고, 명함은 물론이고 건물 외벽에도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큐아르코드는 ‘숫자 최대 7089자, 한자 등 아시아 문자 최대 1728자의 정보를 담을 수 있어서’(위키피디아) 스마트폰의 인식 기능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큐아르는 ‘퀵 리스폰스’(Quick Response)의 머리글자를 붙여 만든 용어이다. 뜻이 단번에 들어오지 않는 표현이라 마뜩잖던 터에 ‘정보무늬’가 눈에 확 띄었다. 큐아르코드=정보무늬. 뜻도 그럴뿐더러 부르기도 썩 괜찮은 표현이다.

정보무늬는 국립국어원이 누리꾼과 함께 다듬은 말이다. ‘우리말 다듬기’에서 정리해온 표현은 이번주까지 315개. 댓글(리플)을 시작으로 누리꾼(네티즌), 누리집(홈페이지) 같은 온라인 용어와 각자내기(더치페이), 대리주차(발레파킹), 꾸러미상품(패키지상품) 등을 다듬은 생활용어는 제법 자리잡아가고 있고, 누비옷(패딩)이나 조리법(레시피)처럼 외래어에 치여 제구실을 못 했던 말은 되살아났다. 억지로 꿰맞춰 헛것이 된 말도 적지 않다. 말 다듬기 성과를 ‘숫자놀음’으로 가늠할 일은 아니다. 말글살이의 임자인 언중의 뜻을 한층 더 살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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