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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동북아시아에 밀려오는 외교의 계절 / 이종원

등록 2011-07-29 18:57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일본 외무성에서도 북-일 교섭이
이전부터 검토된 것으로 보이며,
나카이 방중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뉴욕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09년 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 1년7개월여 만이다. 당시 보즈워스 대표가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추후교섭으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가 예정되었다. 그 직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중단되었던 북-미 교섭 프로세스가 재가동된 것이다. 그간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는 가운데, 상황은 미·중 주도의 구도가 형성되다가 북-미 교섭으로 이어졌다, 미·중에 등을 떠밀려 형식적인 남북대화가 한 번 열린 것을 발판으로 미국과 일본 등 관계국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무렵인 7월21∼22일 일본의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담당상이 중국 창춘에서 북한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와 비밀리에 접촉한 것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 접촉에는 일본 내각부 직원도 동행한 것으로 밝혀져 간 나오토 총리의 의향이 관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보수 야당인 자민당은 ‘이중 외교’라 비난하며, 간 총리가 법적으로 금지된 외국인(재일조선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금 추궁하면서 북-일 접촉을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무성을 비롯해 일본 정부 자체가 서서히 북-일 교섭 재개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알 수 있다. 나카이 전 납치문제담당상의 비밀접촉이 보도된 날인 7월26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남북, 북-미 접촉에 맞추어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일 교섭을 재개할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번 방침은 발리에서의 남북 접촉을 계기로 한 것이지만, 이미 이전부터 외무성 안에서도 북-일 교섭 재개가 검토돼온 것으로 보이며, 나카이의 방중도 이런 흐름 속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일 교섭 재개는 지난해 말부터 당시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을 중심으로 모색된 것으로, 마에하라 외상 자신이 기자회견에서 수차 그런 의향을 밝혀 이목을 끈 바 있다. 민주당 정권이 혼란 가운데 있지만 외교적 노력은 나름대로 계속돼온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보수파는 여전히 북-일 교섭에 부정적이지만, 여론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간 자민당 정권의 ‘압력’ 정책이 납치문제 타개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과 실망도 적지 않다. 지난 6월에는 납치피해자가족회가 올가을까지 납치문제 재조사와 북-일 대화에 나설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요컨대 강경자세였던 피해자가족모임이 2008년 8월에 일단 좌절된 납치 재조사와 북-일 교섭 재개라는 현실적인 타개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상도 이번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북-일 관계에 대해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한 불행한 과거 청산과 국교 정상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2008년 8월 합의의 조기 실시”를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신호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올가을에는 동아시아 지역의 틀을 좌우하는 일련의 외교 행사가 잇따라 열리게 된다.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는 미·러가 최초로 공식 참가해, 오바마 대통령이 출석한다. 11월에는 호놀룰루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아시아 외교의 재구축이 내년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정권의 큰 업적이 됨은 물론이다. 미국이 북-미 교섭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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