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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가(價) / 강재형

등록 2011-08-10 19:19

한자 ‘글자 자’(字)가 첫소리가 아닐 때는 된소리가 된다. ‘승자총통(勝字--)[승짜--]’ 관련 방송 뉴스에 바르지 않은 발음이 나왔기에 지난번 이 자리에서 살펴본 발음법이다. 내 은사는 고문자(高文子)[--자] 선생님, 옛글자는 고문자(古文字)[--짜] 등을 보기로 들기도 했다.

근데 두 가지 예외를 제대로 짚지 않고 넘어갔다. 하나는 수 관형사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된다는 것. 글자 수를 한 자, 두 자, 스무 자, 서른 자…처럼 헤아릴 때는 [한자], [두자], [스무자], [서른자]이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 모두 1000자로 수록한 한문 학습 입문서 <천자문>(千字文)은 그래서 [-짜-]가 아니라 [-자-]이다. 예외의 다른 하나는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와 같은 표기인데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의 뜻일 때는 [-자]가 된다는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文字) 쓴다’ 같은 속담이나 ‘선인의 문자향(文字香)을 좇는 삶’의 경우 [문자(향)]로 발음하는 게 맞다.

표기는 같지만 뜻에 따라 예사소리와 된소리가 되는 경우가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가’이다. 높이 가로질러 세워 만드는 길 ‘고가(高架)도로’는 [고가--], 오래된 집은 고가(古家)[고가], 비싼 값은 고가(高價)[고까]이다. [고까도로]라 소리 내면 건설비 많이 들여 닦은 길이란 뜻이 된다. ‘미국발 악재’로 폭락한 주식 값은 주가(株價)[-까], 장 설 때 시작한 값은 시가(始價)[-까], 폐장할 때 값은 종가(終價)[-까]이다. 돈·가치를 떠올리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다. 사자성어로 동가홍상(同價紅裳), 발음은 [-까--]. 이처럼 ‘값 가’(價)는 ‘자’(字)처럼 첫소리가 아닐 때 [-까]로 소리 난다.

‘가’와 ‘자’라고 쓰고 소리 환경에 따라 [까], [짜]로 읽는 게 우리 발음법의 세계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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