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변호사
언론 보도의 정당성 확보했어도
개인 인격권 함부로 침해 안돼…
성명·초상 등 보도가 꼭 필요한지
동의는 구했는지 계속 자문해야
개인 인격권 함부로 침해 안돼…
성명·초상 등 보도가 꼭 필요한지
동의는 구했는지 계속 자문해야
언론은 대중의 호기심을 끄는 보도를 하게 된다. 이러한 보도는 인터넷 등 미디어 발달로 인해 매우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었다. 개인의 명예나 초상권 등이 보도를 통해 피해를 입게 될 개연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며 상당기간 외부에 노출된다. 신문·방송 등이 누려야 할 언론·출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피해자의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 역시 충분히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개인 명예와 인권 보호를 위한 언론의 책임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들을 보면 언론의 책무가 더욱 분명해진다. 비공개를 전제로 피해 사례를 제보했으나 제보자의 실명과 초상 등이 그대로 보도되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고, 유사 경유를 주입하는 전세버스 업체를 보도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회사의 버스 사진을 게재한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름 언론이 보도할 만한 주제와 공공성에 기초한 보도이나, 공공성 있는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명예나 초상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례들을 보면 개인의 이름이나 초상을 넣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성이나 긴급성이 없었다. 즉 언론이 개인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개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명권과 초상권을 처분할 권리가 개인에게 있음을 간과했다. 언론에서는 공개된 블로그에 게시된 개인 사진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 없다는 변명도 자주 하지만, 블로그 등에서 공개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과 용도로 공표되는 것을 개인이 승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05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손해배상 제도가 새로이 도입되어 장기간에 걸친 복잡한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손쉽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로는 개인의 초상권이나 명예,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 초상권·음성권·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530건이다. 이는 같은 해 접수된 손해배상 건수 773건의 약 69%에 이르며, 전체 조정신청 건수 2205건 중 24%에 해당한다. 언론보도로 인한 개인의 명예훼손이 많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언론은 사실 보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과 함께 개인의 인권을 함께 보호해야 한다. 언론이 보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함부로 침해할 수는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미디어의 발달로 보도가 신속하고 손쉬워진 만큼, 언론은 개인 인격권 보호라는 명제에 대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개인의 성명과 초상 등이 보도에 꼭 필요한 부분인지, 동의를 구하였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개인의 인격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서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이란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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