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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시들음병/시듦병 / 강재형

등록 2011-09-30 19:34

어제 낙엽을 보았다. 갈색으로 물든 이파리는 소슬바람에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 떨어진 것인지 물기를 머금은 낙엽도 있었다. 그 이파리 하나 집어들어 저녁때 만난 지인에게 건넸다. 가을을 확인하며 동그래진 그의 눈에서 언뜻 감동의 느낌이 배어나는 듯했다. 때는 바야흐로 단풍 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이다.

기후의 변화로 생기는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로 안토시안이 생성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에게는 ‘가을의 낭만’을 자아내게 하는 상징이지만 나무에게는 생리작용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단풍은 가을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병리현상의 하나로 단풍이 들기도 한다. 서울 남산의 참나무 잎은 가을과 무관하게 이미 붉게 변한 게 많다. 나무끼리 앓는 전염병 때문이다. 남산에 이 병이 발생한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 처음 발견된 뒤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소식은 “산림청의 참나무시들음병 방제에 사용된…”(ㅇ뉴스케이블방송), “참나무시들음병 균을 옮기는…”(ㅁ방송)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이 병은 말 그대로 ‘수분이 부족하여 아래쪽 잎부터 시들어 말라 죽는’ 병이다. 시들시들 말라 죽는 병이니 ‘시드름병’이 맞을까? ‘ㄹ’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형용사의 명사형은 어간에 ‘ㅁ’을 붙여 만든다. 그래서 “참나무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시듦병인데요”(ㅇ뉴스케이블)처럼 ‘시듦병’이라 해야 조어법에 맞는다. 만듦, 힘듦, 베풂, 찌듦, 삶, 앎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의 맞춤법을 일일이 확인하며 기사 쓰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교열 기능이다. 단순한 맞춤법 잘못은 문서작성기의 ‘맞춤법 검색 기능’ 등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언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래어 표기 등도 웬만한 워드프로세서의 이 기능을 이용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맞춤법 검사기’를 쓰는 작은 번거로움이 반듯한 말글살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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