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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제임스 토빈과 빌 게이츠의 만남 / 박순빈

등록 2011-10-02 19:29

신케인스학파의 거장 제임스 토빈(1918~2002)이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한 것은 1978년이다. 토빈의 제안은 반세계화 운동의 구호에서만 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뒤부터다. 지금은 유럽을 중심으로 ‘토빈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토빈은 국경간 자본이동에 0.5% 미만의 작은 세금을 물리면 투기를 억제하고 재정기반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계에서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세금과 규제를 싫어하는 신고전학파조차 토빈세의 취지와 목적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문제는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이었다.

토빈세 도입의 전제조건은 전세계 동시 부과다. 아니면 토빈세가 없는 곳으로 자금이 몰려 부과하는 쪽은 급격한 자금유출의 피해를 보게 된다. 미국과 유럽이 ‘토빈세는 바람직하지만 써먹을 수 없는 세금’이라며 반대해온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다른 반대 명분은 정보통신(IT)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디지털경제의 확산이다. 어떤 금융거래도 컴퓨터에 손가락 하나만 누르면 되는 시대다. 24시간 가동하는 세계 금융시장은 규제당국의 눈과 손길을 벗어난 영역이 너무 커져버렸다. 디지털경제에선 토빈세가 실현 불가능한 세제인 듯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토빈세의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게이츠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토빈세 도입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죽은 경제학자의 33년 전 아이디어를 살아있는 ‘디지털 신화’의 주인공이 어떻게 살려낼지 궁금해진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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