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도시의 강변을 따라 울창한 숲이 있고
온갖 새들이 찾는 한강을 상상하자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공원이 있는가
온갖 새들이 찾는 한강을 상상하자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공원이 있는가
비둘기, 참새, 갈매기, 민물가마우지.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운하(서해뱃길)의 첫 공사 현장인 양화대교에서 볼 수 있는 새 이름들이다. 지난 5월부터 넉달 동안 양화대교를 지나는 차량들을 향해 한강운하의 문제점을 알리는 캠페인을 매일같이 벌이면서 확인한 바다. 서해로 향하던 한강이 하루에 두번 거꾸로 흐른다거나, 대기오염 때문에 한강 하류와 상류의 하늘 색깔이 다르다거나,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뀐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단 4종뿐인 새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강이야말로 생태계의 사막이다.
하긴 직접 확인해서 당황했을 뿐이지, 조금만 따져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강 양안의 자동차 전용도로, 풀과 나무가 없는 콘크리트 둑(호안), 체육·공연시설을 늘어놓은 메마른 둔치, 둑에서 갑자기 3~4m 수심으로 깊어지는 한강의 구조에서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은 거의 없다. 물고기는 알을 낳을 곳이 없고, 조개며 수서곤충들이 파고들 모래밭이나 갯벌이 없으며, 곤충들이 숨어 지낼 나무도 없으니, 새들도 깃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생물들에게 고난의 터전인 한강은 수질 측면에서도 최악이다. 한강은 상류에 큰 도시가 없어 거의 1급수로 서울에 들어오지만 행주로 빠져나갈 때는 4~5등급을 기록한다. 한강 바닥에서 퍼올린 개흙은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썩은 상태다. 서울이 하수도 보급률 100%를 달성한 지 15년이 지났고, 한강 지천들에 대한 투자도 천문학적으로 이뤄졌는데 한강의 수질은 그대로다. 신곡보·잠실보 때문에 물이 고이고, 물가를 콘크리트로 발라 물이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강은 전두환씨가 88올림픽을 앞두고 강물에 유람선이 떠 있는 도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추진한 한강종합개발계획의 결과다. 구불구불한 강의 자연스런 형태를 놔두지 못하고 기어이 일자로 만들겠다는 군인정신의 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오세훈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를 부르짖었으나, 실상은 속박당한 강을 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더 무거운 콘크리트를 얹고 더 화려한 치장을 해놓는 식이었다. 1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쓰고도 수질과 생태 무엇 하나 개선하지 못했다.
한강 복원이란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 수로와 둔치를 좀더 자연스럽게 만들자는 주장일 뿐이다. 한강의 원형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지금의 기형적인 수로는 기껏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여름에 넓은 백사장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물놀이하고, 한강 백사장에 30만이 몰려들어 신익희 후보의 연설을 들었던 때가 1950~60년대다.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이나 스위스의 투르강처럼 하천의 본래 모습을 찾는 노력들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혹자는 보를 철거하면 홍수조절이 안 된다느니 취수원을 옮겨야 한다느니 말하지만, 알다시피 수중보는 홍수조절 능력이 없다. 취수원도 대부분 상류로 옮겨갔고 남은 취수구도 높이만 조정하면 문제가 없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잠실 수중보에 있는 200m 길이의 수문만 열어 미리 효과를 시험해볼 수도 있다. 엄청난 예산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1968년 흔적도 없이 폭파되었던 밤섬을 보라.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장 생태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나. 콘크리트의 무게만 덜어주면 되는 일이다.
한강은 서울시 면적의 6.6%를 차지하고, 연간 5900만명의 시민이 찾는 곳이다. 이곳이 생명의 거점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바뀐다면, 서울의 전체 모습도 바뀌게 될 것이다. 도시 가운데 모래밭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여울에서 햇살이 부서지며, 강변을 따라 울창한 숲이 있고, 온갖 새들이 날아드는 한강을 상상해 보라. 세상에 이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원이 어디 있는가. 오세훈 시장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호텔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영화표도 사서 뿌렸는데, 과연 어떤 방법이 더 나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앙증맞은 물떼새들에게도, 배가 불룩한 황복에게도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앙증맞은 물떼새들에게도, 배가 불룩한 황복에게도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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