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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박지원, 대의냐 야망이냐 / 김종구

등록 2011-11-24 19:24수정 2011-11-24 21:28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야권통합을 둘러싼 민주당 갈등의
핵심에는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박 의원의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야권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엊그제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의 발언록을 읽다 보니 오랜만에 낯익은 이름들과 적지 않게 마주쳤다. 김옥두, 정균환, 이훈평, 박양수 전 의원…. 지금의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한때 이름을 날리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야권통합은 민주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용광로와 같다. 현격한 세대 차이, 상이한 삶의 배경, 켜켜이 쌓인 감정의 퇴적층, 명분과 이해타산 등이 한데 뒤섞여 끓고 있다. 용광로 안의 최종 내용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격렬했던 중앙위 회의가 이를 웅변한다. 민주당의 한 원로급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대의 대 대세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통합이 대의임을 잘 알면서도 많은 민주당 구성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선통합 반대론자들을 만나면 볼멘소리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혁신과 통합 쪽 사람들 중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문성근씨 등 몇 명만 빼고는 모두 복당하면 될 사람들인데 이들을 굳이 합당 형식으로 받아들여야 되느냐?” 최근 들어 ‘혁신과 통합’ 쪽이 각 지역 지부를 만들면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으니까 당 밖으로 나가 가건물을 지어놓고 통합 뒤 동일한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통합 이후 민주당 안의 친노와 바깥의 친노가 합쳐져 세력이 크게 확장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비판론자들의 우두머리 격이 바로 박지원 의원이다. 그리고 야권통합을 둘러싼 민주당 갈등의 핵심에는 차기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박 의원의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당권 싸움이 박지원 의원 대 한명숙 전 총리로 좁혀진 현실에서 단독 전당대회가 자신의 당권 장악에 훨씬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선통합 반대론자들의 심정이나 항변은 나름대로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통합과 관련한 정당법상 절차의 문제점 역시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깥 유권자들의 눈에는 이런 논쟁이 너무나 무의미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런 둔감성이 바로 민주당을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민주당원들이 통합에 대한 불안감 속에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될수록 민주당의 위기는 더 깊어질 뿐이다. 게다가 이제 통합은 활을 떠난 화살이 돼버렸다. 여기서 자칫 멈칫거렸다가는 거꾸로 그 화살에 야권의 심장이 관통당할 형편이다.

박 의원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게다가 그는 ‘통합의 달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서 정치를 배운 사람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혁통’과 민주당의 통합을 두고 “중매를 서던 사람이 신부 대신 신랑과 결혼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지만, 사실 “디제이 때는 부부끼리 합의이혼하고 다시 결혼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회상이다.

결국 야권통합의 성사를 위해서는 좋든 싫든 박지원 의원의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됐다. 박 의원이 돌아선다고 해서 민주당원들이 모두 선통합 찬성론으로 마음을 바꾸고 통합이 순풍에 돛단 듯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결단은 야권통합의 막힌 물꼬를 트는 결정적인 변수다. 박 의원은 이제 ‘대의를 따르느냐 야망을 따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그와 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함께해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최고의 정점에 와 있다. 그가 여기서 극적으로 반전할 경우 영웅이 된다. 설사 통합야당의 대표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못지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박지원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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