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
미래에 2011년을 돌아보면
동아시아 지역의 극적인 변화를
점화시킨 한해일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극적인 변화를
점화시킨 한해일 것이다
지난 20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학술회의를 마치고 중국 쿤밍을 거쳐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도중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직감적으로 동아시아 지역, 나아가 세계적인 대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본 <춘청만보>는 열두면에 걸쳐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중국과 북한의 친밀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중 북한 민중이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는 ‘국상’ 화보는 자연스레 1975년 장제스 총통 서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이것으로 ‘강인정치’(强人政治)의 시기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듯했다.
동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이 한명씩 천천히 멀어져 간다. 마오쩌둥, 박정희, 호찌민, 김일성, 장제스, 수하르토, 리콴유…. 그들의 공과득실에 대해서는 역사가들의 평가가 있겠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강인들이 애초 강렬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상의 목표를 강하게 추진하며 전진했거나 자신의 사회 건설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정치인들과 비교해 그들은 분명 과도하게 가부장적 권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도량·기개·구도는 새로운 지도자들과 견줄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이 초래한 장기적인 역사적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학술사상계의 과제다. 문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형성된 현재의 지식 상황은 타당한 분석과 사상의 방식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백낙청 교수가 최근 미국에서 출판한 책()은 아시아 사상계의 중요한 거울이 될 것이다. 백 선생은 민족분단이 형성한 ‘분단체제’에 대해 지속적인 사색과 새로운 사고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 현실에 접근하면서 학계의 지식 방식에도 도전을 제기했다.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도 자체의 난제들을 사고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예를 들어 <대만사회연구> 2009년 6월호는 ‘초극분단체제’라는 특집을 통해 대만과 중국 대륙 간에 반세기 동안 계속된, 조금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분단관계를 새롭게 분석했다. 어떻든 백 선생 저서의 제목처럼 각 지역의 분단체제는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계속 그 체제를 공고히 할지, 고쳐갈지, 아니면 와해를 가속할지는 정치권·운동권·사상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문제다.
아마 미래에 다시 2011년을 돌아보면 동아시아 지역의 극적인 변화를 점화시킨 한해일 것이다. 지금도 진행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분명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은 지역관계의 동력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지나치게 낙관하면 안 되겠지만,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냉전 완화기에 자라난 세대로서 변화의 추진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어지는 2012년은 더욱 변화가 많은 한해다. 먼저 1월에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가을에 교체되며,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매우 중요하다. 동아시아 지역 안정과 관련되는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각각 3월과 11월에 치러진다. 범위를 확대해 보면 2012년 50여개국의 정권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쾌속변화의 시대에 처해 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변화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이 칼럼을 쓰면서 ‘어떻게 아시아에서 사고할 것인지’를 연습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한국 독자와 생각을 나누고 가끔씩 서울 친구들로부터 진심 어린 호응과 비판도 받으면서 확실히 한국이 나의 제2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독자들에게 기쁜 2012년이 오기를 염원하며, 한반도가 순조롭고, 국민이 편안하고, 무엇보다 계속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추진하는 역량이 되기를 희망한다.
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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