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내비게이션 / 강재형

등록 2011-12-30 20:44

‘고객님 앞으로 주문 상품 <나이 한 살>이 배송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주문 상품으로 취소·교환·환불이 불가합니다. 상품 수령 후 수취 확인 바랍니다.’ 연말에 접어들면서 돌아다니는 문자메시지이다. ‘가는 세월’ 아쉬워하는 세대가 공감할 내용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의 맛을 마흔 넘어서야 되새김하는 늦깎이인 나는 ‘특별주문 상품’인 ‘나이 한 살’이 싫지만은 않다. 청춘의 뒤끝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고 중년 이후에야 알 수 있는 신체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아 온다. 새해는 새 학기처럼 다가온다. 2011학년에서 2012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이다. 한 해 더 ‘진급’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호젓한 절간에서 ‘해맞이 템플스테이’를 하고 고즈넉한 성당에서 ‘송구영신 피정’을 하는 이들이다. 묵상과 성찰을 통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히 앞날을 도모하는 게 낫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경구는 그래서 뜻깊다.

인생의 속도와 방향은 부모와 스승, 동료 그리고 책을 항법사 삼아 자신이 결정한다. 낯선 길의 동반자는 ‘지도를 보이거나 지름길을 찾아주어 자동차 운전을 도와주는 장치나 프로그램’(표준국어대사전)인 ‘내비게이션’이다. 항법사에 어울리는 외래어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내비게이터’이다. “‘내비게이션’은 ‘길도우미’로 다듬었다”고 밝힌 국립국어원 연구원도 “‘내비게이션’은 영어를 바탕으로 한 우리식 외래어, 이른바 콩글리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한겨레> 2008년 7월) 국립국어원은 <2003년 신어자료집>에 ‘한 지점으로부터 다른 지점으로 정확히 도착하게 하는 데 이용하는 차량용 항법장치’로 ‘내비게이터’를 수록한 바 있다. 2003년에 ‘내비게이터’를 인정했다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내비게이션’을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로 올린 국립국어원의 뜻이 궁금하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