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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조용환 변호사가 안 되는 이유 / 한승동

등록 2012-01-05 19:12

한승동 논설위원
한승동 논설위원
전쟁 또는 전쟁위협이 기득권
유지 방편이 되는 세계구조
수혜자들이 벌인 야비한 정치공작
미국이 결국 이란을 칠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다가, 이 촌철살인의 일본 여성 에세이 작가가 인용한 프랑스 사회학자·역사가 에마뉘엘 토드의 얘기에 무릎을 쳤다. <포스트 제국 미국식 시스템 붕괴에 관한 시론>이라는 저서에서 토드는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을 이렇게 정리한다.

①문제의 최종적 해결에 이르게 해선 안 된다. ②이란·이라크·북한 등 2급 국가들과의 싸움에 집중할 것. ③군확경쟁에서 타국을 압도하도록 무기 현대화에 힘쓸 것.

요네하라 사후 6년이 지난 2012년. 금융공황에다 유럽 재정위기로 힘이 좀 빠지긴 했지만 미국의 제국적 행태는 별로 바뀐 게 없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선 안 되는 이유는, 그럴 경우 미국이 주먹을 휘두를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1조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내는 세계 최대 과잉소비국 미국이 계속 펑펑 써대는 경제를 유지하려면 달러를 찍어대고 외부에서 물자와 자본을 들여와야 된다. 세계는 미국 없이 살 수 있지만, 아니 더 잘 살겠지만, 미국은 세계 없이 살 수 없다. 미국 없이도 잘 돌아갈 세계의 도래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공포를 부채질한 게 바로 거대 중국의 등장이 아닐까. 석유에 의존하는 세계를 미국이 쥐고 흔들려면 중동을 장악해야 한다. 이란 문제도 거기가 출발점이다. 그러려면 세계는 늘 위기상태여야 하고, 말 안 들으면 누구든 한방 먹일 수 있는 압도적 군사력을 유지해야 된다. 미국을 ‘기생국가’로 본 토드에게 미국은 테러로 인한 세계불안의 해결사가 아니라 테러와 세계불안의 원인 제공자다.

요네하라는 그런 미국의 ‘똘마니’ 노릇을 하는 고이즈미 정권을 증오하고 저주했다. 실망스럽게도 정권교체 뒤에도 일본은 달라진 게 없다. 토드도 사르코지 집권 뒤의 프랑스를 저주하고 있을까. 일본·프랑스야 그래도 미국 패권 덕에 유지되는 제국의 기득권 향유자지만, 그 때문에 나라까지 분단당한 우리가 미국 패권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요네하라가 인용한 또다른 책 <전쟁 프로파간다 법칙 10>. 공황상태의 자본주의는 전쟁으로 치닫기 쉽다. 서방의 이란 때리기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치긴 어렵겠지만, 대선을 앞둔 오바마로서도 강경대응을 외치는 호전주의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저자 안 모렐리가 정리한 거짓말 10개 법칙은 이렇다.

전쟁을 벌이는 위정자는 반드시 “우리는 전쟁을 하고 싶진 않다”(제1법칙), 하지만 “적들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바라고”(2)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적의 지도자는 악마와 같은 인간”(3)이기 때문에 “우리는 영토나 패권이 아니라 위대한 사명을 위해 싸우는 것”(4)이라 주장한다. “우리도 본의 아니게 실수로 희생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적은 고의적으로 잔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5)며 자기변명과 함께 적의 사악함을 강조한다. “적은 비열한 무기와 전략을 동원”(6)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받은 피해는 적고 적에게 입힌 피해는 심대하다”(7)며 수치를 조작하고, “예술가와 지식인들도 정의의 싸움을 지지하고 있다”(8)며 어용 인사들을 동원해 “우리의 대의는 신성한 것”(9)이라 선전하고, 국민된 자로 “이 정의로움에 의문을 던지는 자는 배신자”(제10법칙)요 비국민이라 몰아붙인다.

미국도 그렇지만, 이건 바로 남북한 위정자들이 애용해온 수법 아닌가. 전쟁 또는 전쟁위협이 기득권 유지 방편이 되는 세계구조. 멀쩡한 변호사를 ‘좌빨’, 곧 비국민으로 몰아가는 비열한 공작도 그런 세상이니 가능한 거고.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그래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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