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유럽중앙은행이 경제를 망쳤다
부유층은 복지국가를 해체시키려
유럽중앙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부유층은 복지국가를 해체시키려
유럽중앙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를 불러일으킨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것을 재정의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채권시장에 휘둘리는 각국 정부의 방탕함이 유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기사와 사설을 여기저기에서 쏟아낸다. 그런 말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2008년의 경제붕괴 전에 심각한 부채문제를 안고 있던 것은 그리스뿐이었다. 지금 빚을 갚는 데 허덕이는 여러 나라가 당시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안정적이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그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흑자예산을 구가한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위기가 모든 것을 바꿨다. 유럽 대륙의 모든 나라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경제가 수축해 실업수당과 다른 소득이전 프로그램 지출은 늘고, 반대로 세금 징수액은 줄어드니까 부채문제가 폭발했다. 스페인은 집값 거품 때문에 타격이 더 컸다. 건설 붐은 집값 거품과 함께 꺼졌다. 아일랜드는 제멋대로인 은행들을 구제하다가 채무 위기에 몰렸다. 유럽의 다른 정부들도 마구 대출을 해온 은행들을 구제하려다가 빚더미 위에 앉았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주택 거품이 너무 커져 유럽 경제를 난파하게 만들 때까지 유럽중앙은행이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심지어 위기 발발 뒤에도 잘못된 정책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유럽중앙은행은 다른 중앙은행들이 위기 때 그러는 것처럼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채무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다. 채무가 많은 나라들의 채권에 보증을 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국채 가격 폭락을 즉각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의 긍정적인 작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지도 모른다. 그래도 유럽중앙은행은 위기를 악화시키는 조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 불식을 명목으로 지난봄에 기준금리를 1.0%에서 1.5%로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위기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준금리를 제로로 유지했지만,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 밑으로는 내리지 않았다. 연준은 장기 금리를 낮추려고 3조달러에 가까운 국채를 사들였다.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지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을 2.0% 밑으로 유지한다는 유럽중앙은행의 목표 때문에 남유럽 국가들이 경쟁력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채무가 많은 나라들의 문제는 ‘방탕한 국가’들에 대한 시장규칙 작동의 문제가 아니다. 그 나라들은 유럽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에 희생된 것이다.
문제는 채권시장의 규칙에 관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해적한테 공격당해 돛이 찢기고, 모터가 부서지고, 구명정을 빼앗긴 선원이 갈증과 굶주림으로 숨졌는데 그를 단순히 바다의 희생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유럽중앙은행이라는 해적이 경제를 망치는 바람에 이 나라들이 채권시장의 부침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바로 계급전쟁이라는 것이다. 부유층은 대중의 지지를 받는 복지국가를 해체시키려고 유럽중앙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공적 연금이나 의료보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는 노동시장 규제까지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사회보장과 의료보장의 숙적들은 유로존 위기를 왜곡해 자신들의 계급전쟁에 유리하게 쓰기 위해 안달이다.
유로 위기는 전지구적으로 감행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계급전쟁의 일환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구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유로 위기는 전지구적으로 감행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계급전쟁의 일환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구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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