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요즘 비만세 논쟁이 뜨겁다. 덴마크와 헝가리가 몇 달 전부터 포화지방산이 들어간 가공식품에 비만세를 부과했고 프랑스는 올해 들어 탄산음료에 붙는 소비세를 올렸다. 영국도 비만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만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보험연구원에서 비만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비만이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 기업의 생산성 저하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뚱뚱한 게 죄가 되는 시대다.
비만의 원인과 관련해, 의학적으로는 나쁜 식생활과 운동 부족 등 주로 개인의 잘못을 지적한다. 그러나 좀더 넓게 보면 사회구조적 영향이 크다. 보건사회학자인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학 교수는 2009년 출간한 <스피릿 레벨>(Spirit Level)에서 경제적 불평등 지수와 비만율의 정비례 관계를 밝혔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국민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커 비만율도 높다는 게 윌킨슨 교수의 논리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기준 통계를 보면, 불평등이 심한 미국과 영국의 비만율이 각각 34.3%, 24%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처럼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의 비만율은 7.7~10.7%에 머물렀다. 비만율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30을 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자유무역의 확대도 비만 심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식량전쟁>의 저자 라즈 파텔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발효 뒤 멕시코의 비만 문제가 심각해진 까닭을 값싸고 질 나쁜 수입 농산물과 식품이 전통식품을 대체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비만세는 피해자한테 죗값을 물리는 나쁜 세금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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