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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미국에 온 이라크 영화 영웅 / 나오미 울프

등록 2012-02-01 20:07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그는 폭격과 약탈, 혼란에서
살아남으려고 버둥거리며
대본을 쓰고 영화비평을 했다
이라크의 몇 안 되는 현역 영화제작자 중 한명인 오다이 라시드는 지금 뉴욕 맨해튼에 있다. 그의 뛰어난 2005년작 영화 <노출 부족>은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바그다드에 사는 일군의 사람들을 추적한다. 그의 새로운 영화 <카란티나>는 현재 개봉중이다. 라시드는 바그다드에서 신세대 이라크 영화제작자들과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으며 명성을 얻었다. <카란티나>는 지난 12년 동안 이라크에서 만들어진 단 4개의 영화 중 하나이다. ‘나진’(생존자들)이라는 단체의 회원인 라시드는 위기 한가운데에서도 예술 활동에 헌신한 젊은 예술가·작가·영화제작자들의 전위에 섰다.

그가 조용하고 위엄있는 태도를 잃지 않고 심지어 장엄한 분위기까지 풍기며 뉴욕의 한 거실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을 보는 것은 놀랄 일이다. 그는 상상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는 “나와 같이 자란 친한 친구 7명 중 5명이 죽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한 명은 최근 부엌에 서 있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죽었다. “눈을 뜨면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5건의 차량폭탄 사고를 보도하는” 나날들이 일종의 폐쇄공포증을 유발했다. 이는 그의 영화 주제의 일부다.

이제 막 40살이 된 라시드의 인생은 그 조국의 드라마 같은 현실들을 반영한다. 이라크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잃어버린 세대’로서 미국의 제재로 수년 동안 고립되어 살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담 후세인의 시대를 “자유는 없었으나, 지식인들이 움직일 공간을 가졌던 시기”로 묘사한다.

그는 미국의 침공 속에 살면서 자신의 창작 인생에서 그 형성기를 보냈다. 그는 폭격과 약탈, 혼란에서 살아남으려고 버둥거리며, 텔레비전 대본을 쓰고, 영화 비평을 했다. 그는 또 지적 완결성을 유지해야만 했다.

지금 라시드는 종교적 극단주의로 치닫는 조국을 반추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이 직업을 갖고 평등하게 해방됐던 침공 전 이라크를 그리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 여성들은 “평화로운 생활을 하려면”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의 친구인 젊은 여성배우 자라 주바이디는 브라이언 드팔마의 영화 <리댁티드>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연기한 이후 중동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뉴욕으로 이민을 왔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지속적인 위협과 정치분열은 오늘날 이라크에서 지식인들의 운명이다. 그럼에도 라시드는 침묵하기를 거부한다.

라시드가 뉴욕에 있는 이유는 뉴욕이 그의 다음 영화 제작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 군수업자들이 이라크 사람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생활에도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는 오늘날의 이라크 현실과 관련해 “일어났던 일과 일어나는 일에 미국인들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매일 벌어지는 잔혹상들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나 정력이 없다”고 말한다.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폭력에 매일 시달리는 이라크는 아랍 국가 중 가장 지적인 나라로 유명하다. 이라크 지식인과 이 지역의 다른 무슬림 지식인들은 “책은 이집트에서 쓰여졌으나, 레바논에서 인쇄됐고, 이라크에서 읽힌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라시드와 그의 동료들이 활기차고 자유로운 이라크의 문화를 계속 재건할 것이라는 희망이 이제 있다. 그리고 또 미국 및 세계 관객들과 라시드의 관계는 이제 속죄에서 그의 작품에 대한 감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도 있다. 그가 살아남으려고 분투하는 것이 창작 과정의 일환이 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술가의 과제이기도 한 그의 진실 추구는 그럼에도 여전히 경이로운 것이다.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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