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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다시 국가연합, 낮은 단계의 연방 / 한승동

등록 2012-02-02 19:32수정 2012-02-02 19:34

한승동 논설위원
한승동 논설위원
정치적 통일은 불가능하다
남북 합의로 개성공단 10개 만들면
사실상 통일은 달성 된다
실용주의를 내건 이명박 정부의 반실용주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며, 결국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중국 등 주변국에 모든 실리와 명분을 다 내준 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이 4년 전에 한 예언은 실현됐다. 한나라당은 정강·정책의 북한 관련 항목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을 결국 삭제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래도 그것은 실패에 대한 이 뒤늦은 자백을 “무원칙일 뿐”이라 비판하며 북에 개혁과 개방을 압박하지 않는 한 북의 변화도 통일도 없다고 주장한 자칭 보수 본진보다는 낫다. 제법 솔직하고 용기있어 보이지만, 자칭 본진이야말로 고장난 녹음기처럼 계속 틀어대는 흘러간 옛노래 뒤에 숨어 60여년 분단의 단물을 빨아온 비겁한 기득권층의 대변자일 수 있다.

진짜 북의 개혁·개방을 바라는 사람은 개혁·개방을 외쳐대지 않는다. 진짜 실용을 추구하는 사람은 실용을 떠들지 않는다. 인권이 그렇고, 통일 또한 그렇다.

4년 전 이명박 정부와 거의 같은 시기에 출범한 대만의 마잉주 정권은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한국의 ‘햇볕정책’을 도입했고, 이명박 정권은 그때 햇볕정책을 버렸다. 마잉주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해 경협을 지원했다. 통상·통항·통우(체신)의 ‘대3통’을 성사시켰으며, 중국인 개인의 대만 관광까지 허용했다. 200만의 대만 기업인들이 대륙에서 사업을 벌이고 춘절(설)을 맞아 수만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찾았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싸움으로 찢어진 피붙이들이 그렇게 오가고 최고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뤘다. 양안의 인권과 민생 개선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도가 달리 있었을까. 같은 4년간 남북의 인권·민생 지표는 악화일로였다. 이산가족들의 상봉길마저 거의 막혀버렸다. 남북이 멀어진 만큼 가까워진 것은 북-중이다. 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는 56억달러가 넘었고 이는 남북 교역 규모의 3배가 넘는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선경후정’(경제 우선 정치 다음), ‘선이후난’(쉬운 것 먼저 어려운 것 나중)을 앞세운 대만의 햇볕정책과 ‘이경제정’(경제로 정치 제압), ‘선양후요’(먼저 양보하고 뒤에 요구)를 내건 중국의 상호 실용주의는 양안 통일을 가속화시켰다. 지금 양안 관계는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통합됐다. 대만인들 다수가 이런 변화를 지지해 마잉주 총통은 재선됐다. 흡수통일을 꿈꾼 이명박 정권은 거꾸로 갔다.

정치적 통일에 집착하는 한 남북통일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조선노동당이든 자신의 해체와 소멸이 예정된 통일을 추구할 리가 없다. 남북에 이미 형성된 강고한 기득권층은 자신의 특권을 더욱 확장하는, 상대의 전멸을 전제로 한 통일은 추구하겠지만, 자신들이 위험에 빠지는 통일을 추구할 까닭이 없다.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펴낸 <아버지 김정일과 나- 김정남 독점고백>(문예춘추)을 읽어봐도 그걸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은 상생의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 통일은 내분과 참혹한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60년 전 전쟁을 통해 체험했다.

경제적 통합, 그와 동시에 진행될 문화적 통합 등 비정치적 통합을 우선 하면서 다 함께 사는 방식의 통일. 그것이 세월 지나면 피 흘리지 않고 특권층을 소멸시키면서 결국 정치적 통일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일 수 있다. 남북이 합의해서 개성공단 10개만 만들면 사실상 통일은 달성된다.

이것이 바로 남북이 6·15 선언에 명기하고 10·4 선언에서 재확인한 국가연합제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아닌가. 그 길밖에 없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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