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민교협 의장
송경동의 죄라면 타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 것뿐. 그 공감에
상 주지는 못할망정 단죄한다면… 학교폭력이 심각하다. 피해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일은 슬픔을 넘어 충격이다. 얼마나 폭력이 심하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들은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자살을 선택하였을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이 겪었을 슬픔과 고통의 깊이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폭력이 모든 한국 학교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일상’이라는 데 있다. 이에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지금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는 ‘학교 폭력 0%’를 목표로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아기를 데려와 담요 위에 놓으면, 아이들이 이를 지켜본다. 아기가 우유병을 향해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순간 아이들도 함께 가슴이 아픈 경험을 한다. 아기의 고통과 성취에 공감하는 학습을 통하여 아이들은 점점 내 가슴이 아프면 타인의 가슴도 아픔을 깨닫고 공유한다. 이 교육 이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90%나 줄어든 것이다. 더 나아가 제시라는 연약한 여자아이가 다른 아이의 모자를 빼앗은 남자아이한테 맞서서 당당하게 모자를 돌려주라고 말하는 식의 일이 교실에서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공감의 뿌리’ 교육에서 확인한 것처럼,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350만년 동안 사회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몸 안에 담고 있으며, 이는 교육과 참여를 통해 얼마든 신장시킬 수 있다. 제시의 사례에서 보듯, 진정한 정의와 용기 또한 바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데서 비롯된다. 작년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던 희망버스도 유사한 사례다. 20명이나 자살과 병으로 숨질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를 모색하였고, 송경동 시인은 이를 희망버스로 꾸려내었다. 정리해고 노동자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자기 돈까지 들여가며 부산으로 달려와 국가폭력에 맞서며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결국 사태는 원만하게 해결되어 노사가 타협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만에 85호 크레인을 내려와 땅을 밟았다. 희망버스를 주도한 송경동 시인은 공감능력이 유달리 뛰어난 사람이다. 폭력을 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 그는 늘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쓴 시는 “낮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천상병 시문학상과 신동엽 창작상을 받았다. 그의 죄라면 타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 것뿐이다. 그 공감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늘 오후에 있을 공판에서 단죄한다면, 사법부야말로 국가폭력을 대행한 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0세기가 전쟁과 학살로 점철된 극단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공감과 연대의 세기가 되리란 것을 확신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멸이 확실할 정도로 환경, 자원, 격차, 갈등, 소외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 문명은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국가폭력, 테러리즘, 요한 갈퉁이 말하는 구조적 폭력으로 우리의 삶은 너무도 곤고하고 하루도 평안하지 못하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 등 곳곳에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늘려갈 때,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공감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리더가 될 때, 우리는 폭력이 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민교협 의장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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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 것뿐. 그 공감에
상 주지는 못할망정 단죄한다면… 학교폭력이 심각하다. 피해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일은 슬픔을 넘어 충격이다. 얼마나 폭력이 심하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들은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자살을 선택하였을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이 겪었을 슬픔과 고통의 깊이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폭력이 모든 한국 학교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일상’이라는 데 있다. 이에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지금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는 ‘학교 폭력 0%’를 목표로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아기를 데려와 담요 위에 놓으면, 아이들이 이를 지켜본다. 아기가 우유병을 향해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순간 아이들도 함께 가슴이 아픈 경험을 한다. 아기의 고통과 성취에 공감하는 학습을 통하여 아이들은 점점 내 가슴이 아프면 타인의 가슴도 아픔을 깨닫고 공유한다. 이 교육 이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90%나 줄어든 것이다. 더 나아가 제시라는 연약한 여자아이가 다른 아이의 모자를 빼앗은 남자아이한테 맞서서 당당하게 모자를 돌려주라고 말하는 식의 일이 교실에서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공감의 뿌리’ 교육에서 확인한 것처럼,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350만년 동안 사회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몸 안에 담고 있으며, 이는 교육과 참여를 통해 얼마든 신장시킬 수 있다. 제시의 사례에서 보듯, 진정한 정의와 용기 또한 바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데서 비롯된다. 작년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던 희망버스도 유사한 사례다. 20명이나 자살과 병으로 숨질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를 모색하였고, 송경동 시인은 이를 희망버스로 꾸려내었다. 정리해고 노동자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자기 돈까지 들여가며 부산으로 달려와 국가폭력에 맞서며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결국 사태는 원만하게 해결되어 노사가 타협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만에 85호 크레인을 내려와 땅을 밟았다. 희망버스를 주도한 송경동 시인은 공감능력이 유달리 뛰어난 사람이다. 폭력을 당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 그는 늘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쓴 시는 “낮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천상병 시문학상과 신동엽 창작상을 받았다. 그의 죄라면 타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한 것뿐이다. 그 공감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늘 오후에 있을 공판에서 단죄한다면, 사법부야말로 국가폭력을 대행한 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0세기가 전쟁과 학살로 점철된 극단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공감과 연대의 세기가 되리란 것을 확신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멸이 확실할 정도로 환경, 자원, 격차, 갈등, 소외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 문명은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국가폭력, 테러리즘, 요한 갈퉁이 말하는 구조적 폭력으로 우리의 삶은 너무도 곤고하고 하루도 평안하지 못하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 등 곳곳에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늘려갈 때,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공감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리더가 될 때, 우리는 폭력이 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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