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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빗물관리 철학의 진화: 님비, 핌피, 해피 / 한무영

등록 2012-02-26 19:19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을 밑에서 모으면 혐오적인
님비 시설이지만, 위에서 모으면
돈을 버는 핌피 시설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빗물관리 시설인 유수지, 빗물펌프장 등은 전형적인 님비(Not In My Back Yard) 시설이다. 즉, 설치는 하되 더럽고 위험하기 때문에 내 집 안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세금으로 비싼 땅을 사든지, 강제로 수용하여 주민과의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년 중 비가 많이 오는 며칠을 위한 시설의 건설비용 및 추후에 드는 유지관리비는 엄청난 부담이다.

빗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만 바로잡으면 내 집 안에 설치해 달라고 하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시설로 바꿀 수 있다. 첫째, 산성비에 대한 오해이다. 산성비라도 땅에만 떨어지면 즉시 중화가 되기 때문에 ‘한번 산성비는 영원한 산성비’가 아니며, 그 산성도는 주스나 콜라 등 음료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이용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둘째, 자연계의 물순환을 생각해볼 때 빗물은 마일리지가 짧은 가장 깨끗한 물이다. 셋째, 하천변이 아닌 상류에 설치하면 홍수 방지, 물부족 해소, 비상용수 확보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넷째, 여러 개의 작은 시설로 분산 설치하면 지형에 맞게 자투리 공간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 다섯째, 펌프나 수처리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머리만 잘 쓰면 큰돈 안 들이고도 빗물관리 시설을 만들 수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3000t짜리 빗물탱크를 만들어 홍수 방지용, 수자원 확보용, 비상용의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세금 한푼 안 들어갔다. 또는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주차장 2~3면 정도를 활용하면 100t짜리 간이 저장조는 금방 만들어진다.(주차장 1면의 부피: 너비 3m×길이 5m×높이 3m=45t. 건물에 설치된 홈통 하나당 1t짜리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빗물을 받으면 일년에 약 100t 정도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 10개의 홈통이 있는 건물에서 일년에 1000t씩 물을 확보하거나 홍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예술적 감각이나 미적 감각을 합하여 정원에 아름다운 조형물이나 분수 등을 만든다면 건물의 상징물로 승화될 수 있다. 만약에 쓰지 않는 땅 1만㎡의 둘레에 약 50㎝ 정도의 턱을 만들면 5000t의 댐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주민과 정부 모두 좋은(해피) 빗물관리를 할 수 있다. 만약 땅주인이 자발적으로 빗물시설 설치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빗물시설에서 얻는 편익의 일부를 시설비에 조금 보탠다면 정부에서는 토지구입비와 공사비, 관리비 등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여러 곳에 분산 설치된 시설물의 유지·관리는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로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일 안에 지역적인 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빗물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높은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공짜 물이기 때문이다.

빗물을 밑에서 모으면 돈만 낭비하는 혐오적인 님비시설이지만, 위에서 모으면 에너지와 수자원 등 돈을 버는 시설이 되며 누구나 환영하는 핌피 시설로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물관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올바른 정책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과거 침수피해가 있었던 어느 한 유역의 상류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수행하도록 예산을 배정할 것을 정부 당국에 제안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모두가 해피한 정책과 기술은 우리나라 물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됨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전세계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또다른 한류가 될 것이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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