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어린이집의
두가지 생존법,
꼼수 부리거나
빚을 지거나
두가지 생존법,
꼼수 부리거나
빚을 지거나
어린이집 원장들은 너무 힘들다 했다. 심지어 빚내서 어린이집 차렸다 망해 자살한 분도 있다 했다. 정부가 정한 보육료 단가는 너무 낮고 각종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도저히 못 살겠는데 온통 어린이집 원장들만 범죄자 취급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으니 `집단 휴원'이라도 하면 부모들이 알아서 항의를 해줄 것이라며 집단 휴원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지난달 있었던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비상대책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원장들은 "언론을 사서라도 우리의 처지를 알리고, 우리를 대변해줄 국회의원을 적극적으로 만나야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힘든 여건인데도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수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이 장사가 된다는 말도 떠돌고, 막대한 권리금을 받고 어린이집을 파는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원장들이 말하는 현실과 사람들이 인식하는 현실, 보육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각자 달랐다. 무엇이 실체일까? 힘든 여건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영세한 운영으로 어떤 원장들은 어린이집 문을 닫는가 하면, 어떤 원장들은 이익을 남기고 어린이집 규모를 키워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어느 보육교사가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는 일부 민간·가정 어린이집 원장들은 교사를 편법적으로 채용해 이익을 챙긴다고 전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에는 `시간당 10만원'이라는 이상한 임금체계가 있다. 하루에 4시간 일하는 보육교사가 한달에 40만원을 받는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면 7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 70만원을 준다. 실제로 8시간 근무했지만 점심시간은 쉬는 시간으로 본다. 원장은 서류상으로는 정교사 임금으로 책정해놓고 정액을 입금시킨 뒤 다시 교사에게 돌려받는다. 이외에도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부린다. 생전 본 적 없는 교사를 서류상에 등록하거나 간혹 오는 특기교사를 교사로 등록한다. 7명의 교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5명만 채용해 2명의 인건비를 꿀꺽한다. 교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4대 보험비를 교사 월급에서 떼어가기도 한다. 정부에서 주는 교사 처우개선비를 원장이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하고, 어린이집 차량유류대를 자신의 기름값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부모들에게 3~4가지 특기활동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특기교육 강사가 와서 하는 교육은 1~2가지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급식·간식 장보기 때 자신의 가족식단 장까지 보게 하는 일도 많고, 아이들을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분기별, 또는 학기별로 아이들의 활동사진을 현상하고 사진을 정리해서 부모들에게 전달하는데, 사진 한 장에 50원 주고 현상하면서 부모들에게는 장당 500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사진을 현상하고 정리하는 업무는 보육교사 몫이다.
이렇게 꼼수를 부릴 능력이 없는 원장들은 원아 수를 제대로 못 채우다간 자신의 재산을 슬슬 깎아먹거나 빚을 계속 진다. 아니면 아예 이익을 남기려고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끼워넣고 부모로부터 상당한 돈을 추가로 받고 보육의 상업화를 추구한다. 부모들의 요구가 다양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보육은 공공의 영역이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이라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주체다. 그런데 개인의 재산을 투자해 시설을 설립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아무래도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전체 어린이집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이익 추구를 억제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하고, 정부의 각종 규제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집단휴원 사태에서 보듯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 규제 완화와 자율화를 요구한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현실 물가를 제대로 반영한 표준보육비용을 산정해 양심 있는 원장과 보육교사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고 보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집 운영을 투명화해 국가가 보육에 투자하는 만큼 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을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어린이집 관리·감독 체계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공공 서비스인 보육을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 어린이집 위주 구조로 가져온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어린이집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정부는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이 주를 이루고 있는한 보육의 공공성이 잘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나친 영리를 추구하고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어린이집은 퇴출시키면서 이런 어린이집을 국가가 사들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보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려 부모들이 값싸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공급하도록 해야한다.
양선아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anmadang@hani.co.kr
■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 바로가기 <한겨레 인기기사>
■ 김태호 PD “파업 동참 이유는 가슴이 울어서…”
■ 새누리당도 ‘쇄신’ 부족하지만, 민주당은 더 못한다
■ “음식 안내온다 총 겨눌때 식은땀”
■ 나경원, 고소는 하지 말았어야
■ ‘한국 아이들 부러워할’ 호주의 선진교육 현장
■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 바로가기 <한겨레 인기기사>
■ 김태호 PD “파업 동참 이유는 가슴이 울어서…”
■ 새누리당도 ‘쇄신’ 부족하지만, 민주당은 더 못한다
■ “음식 안내온다 총 겨눌때 식은땀”
■ 나경원, 고소는 하지 말았어야
■ ‘한국 아이들 부러워할’ 호주의 선진교육 현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