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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막는 것은 죽임, 뚫는 것은 살림이다 / 황선도

등록 2012-03-27 19:11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기존 방조제의 ‘역개발’을 통해
강화갯벌과 가로림만에 계획중인
조력발전소를 대체하면 어떨까
지금 한강 하구와 서산 가로림만에서는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또 이를 반대한다고 시끄럽다. 작년 한해 지역과 학회에서 논쟁이 벌어졌던 이 문제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따라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우리나라 갯벌 중 가장 잘 보전된 한강 하구역에 인천조력과 강화조력을, 그리고 천수만 간척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자원의 보고인 가로림만에 역시 조력발전소 건설이 계획되어 있어 환경문제뿐 아니라 주민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조력발전은 수중에 터빈을 설치하는 조류발전과는 달리, 바다에 제방을 쌓아 조차에 의해 밀물 때 들어온 물이 썰물 때 나가면서 생기는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원리로, 해류 및 해양퇴적 환경에 영향을 줄 우려가 매우 높다. 그런데 만과 하구는 해양생물의 산란과 보육의 장소로 수산자원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또한 한강 하구가 우리나라 유일의 자연 하구로 아직 건강하며, 하구역에서 수산자원의 생산성이 연안역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어 하구의 미래가치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에서 간척사업으로 생긴 제방이나 육지화한 땅을 허물어 간척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역간척’을 하듯, 이미 개발·시설된 인공구조물을 다른 형태의 시설물로 활용하는 ‘역개발’을 추진하고, 그 덕에 보존할 곳은 보존하여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바다를 막아 담수화하고자 했던 인공호수가 인근 도시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을 정화하지 못하고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수문에 조력발전소를 시설하여 해수를 유통시킴으로써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전력을 생산해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가 있다. 그곳이 바로 시화호이다. 애초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활용가치가 떨어진 방조제를 재활용한 셈이라 제방 축조 비용도 아끼고 조력발전을 하여 경제적 이득을 보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격이다.

조차가 큰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여러개의 방조제가 건립되어 있는데, 활용가치가 낮은 곳은 시화호 선례를 따라 ‘역개발’을 고려해봄직하다. 그리고 이것으로 강화갯벌과 가로림만에 계획중인 조력발전소를 대체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국가 균형발전 계획은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안이며, 국가적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국제적인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수산물은 단백질 공급 차원을 넘어 해양관광과 심지어 기호식품으로서의 자격까지 추가되어 국민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임해공업단지나 농토 확보를 위한 간척사업으로 해안선이 직선화되어 어장이 축소되고 수산물 생산량의 급감을 초래하였다. 수산자원이 고갈된 지금의 바다에는 인공어초 시설과 수산종묘 방류 등과 같은 자원조성을 위한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와 함께 산란장·성육장인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인위적 간섭을 받고 있는 수산생물의 서식장을 복원함으로써 수산자원의 자율갱신을 도와 자원을 회복하는 방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수산자원을 조성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수산자원관리 전문가이다. 그래서 필자의 영역인 바다를 지키고 싶다. 그것이 필자가 할 일이다.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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