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빈 논설위원
사익 집단이 합법의 탈을 쓰고
부리는 행패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리는 행패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정권을 잡았는데 청와대 안팎에 온통 이권세력들만 득실거리더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에 한 말이다.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한때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있다가 밀려난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로 들렸다. 한데 농담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파 껍질 벗겨지듯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심지어 사법당국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 일각에선 이권 챙기기로 의심되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고속철도 일부 구간에 대한 운영사업의 민영화 추진이 그 한 예다.
대다수 국민은 이명박 정권의 속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진실’을 짐작하면서도 일부러 무시했다. 어찌 보면 알고도 모른척했다. 도덕적 수준은 떨어지지만 경제는 좀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대중들의 ‘합리적 무시’가 이명박 정권의 탄생 배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진실을 무시한 대가가 만만치 않다. ‘서민을 따뜻하게’ 해준다더니 부자와 재벌들만 따뜻해졌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더니 정권에 참여하거나 그들과 달라붙은 이권세력들만 강고해졌다. 공권력을 이용한 비리와 부정은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성장과 분배, 고용 지표 등이 나빠진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믿음과 희망을 잃은 국민의 황폐해진 마음이 더 문제다. 지금은 신뢰의 위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 구성원 간 탄탄한 연결망은 공감과 협력의 힘을 키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10% 커지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진다는 세계은행의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에 대한 강한 믿음과 사회적 합의 문화는 성장과 복지,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우리 사회는 신뢰의 축적은커녕 점차 파괴되는 길을 걷고 있다. 공공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계하고 배척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이건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하는 ‘국민 부패인식 경험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부패했다’는 일반국민의 응답 비율이 2007년에는 55.5%였는데 지난해에는 65.4%로 높아졌다. 4년 만에 거의 10%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신뢰자본도 창피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4점을 받아 184개국 가운데 4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꼴찌였다.
시장경제에서도 공공의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은 꼭 필요하다. 독점과 환경훼손을 규제하고, 부정과 비리에 철퇴를 내리는 ‘보이는 주먹’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신성한 권력이 스스로 부정과 비리의 몸통으로 변질해버리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조직화되지 않고 흩어진 수많은 대중이 이권으로 똘똘 뭉친 소수의 집단에 당하는 피해다.
시장경제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시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도록 제어하고, 시장이 실패를 하면 고치는 구실을 누가 해야 한다. 바로 공공의 몫이다. 그런데 공공의 힘이 사익 집단의 손에 들어가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보이지만 언젠가는 다 밝혀질 불편한 진실이다. 이대로 두면 경제는 파탄 나고 민주주의마저 붕괴한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공공의 힘을 빨리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바로 유권자의 몫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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