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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네가지’ / 강재형

등록 2012-04-05 19:09

“신인 때는 ‘네가지’가 있는데, 유명해지면 그게 없어지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이가 옆 사람에게 물었다. “연예인이 갖추어야 할 ‘네가지’는 겸손, 예의… 이런 거겠지?” 돌아온 답은 뜻밖에 “‘네가지’는 가짓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싸가지’를 ‘사(四)가지’로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네가지 없는’은 곧 ‘싸가지 없는’을 뜻한다”였다. 물어본 이는 어머니, 답한 사람은 십대 딸이었다. 이처럼 요즘에는 ‘싸가지’를 ‘네가지’라 한다기에 인터넷 공간을 뒤져보았다. 누구는 ‘양심, 신의, 겸손, 인본’을 갖추어야 ‘사(싸)가지 있는 사람’이라 했고, 어떤 이는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 곧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싸가지의 어원’이라 했다. 이런 제멋대로 풀이가 그럴듯하게 포장돼 널리 퍼져 있으니 코미디 제목 ‘네가지’에서 ‘사(싸)가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 같다.

‘싸가지’는 ‘싹수’의 강원·전남 방언이다. ‘싹수’는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로 ‘싹수 있다, 싹수 없다, 싹수 노랗다, 싹수 보인다, 싹수 틀렸다’처럼 활용한다.(표준국어대사전) ‘싸가지→소갈머리’(우리말큰사전)에 기대어 ‘싸가지 없다’는 ‘소갈머리 없다’와 한뜻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싸가지’를 ‘속+아지’의 원말로 볼 근거는 없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싸가지’는 ‘싹+아지’의 형태로 보는 게 정설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인기없음, 촌티, 뚱뚱함, 키 작음)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네가지’. 겉보기와 다른 자신들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을 풍자하는 이 코미디의 주인공들이 총선에 나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쭉정이 본디 모습에 겉만 번드르르한 ‘싸가지 없는 정치인’을 가려낼 줄 아는 유권자의 안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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