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여성노동 공약은
99%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진보의 가늠자다
99%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진보의 가늠자다
각 당은 연일 일자리 대책, 비정규직·복지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의 핵심이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 놓여 있는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61.8%, 월 120만원도 못 받는 저임금 여성노동자 42.7%,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 중 여성 비중이 무려 61.5%…. 열악한 여성노동 현실이 바로 차별과 편견의 결정체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 현실을 바꿀 대책이 없는 것은 입으로만 ‘살림’을 얘기할 뿐 진정으로 한국 사회를 살릴 대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각 당의 여성노동 공약을 살펴보고 꼼꼼히 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노동 공약은 사회적으로 잘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각 정당의 ‘쌩얼’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먼저 새누리당은 여성노동 문제에 대한 무대책·무관심·무능력 집단임이 드러났다. 필자는 새누리당 공약집을 몇 번이나 뒤적였다. 왜냐면 여성공약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찾을 수 있었던 항목은 맞춤형 여성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경력단절 여성과 20대 여성의 취업지원 확대와 60대 여성의 진로설계를 위해 코칭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정말 얼마라도 벌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여성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대책과 다름없는 공약이었다. 또한 60대 여성의 대다수는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성노인들인데, 이들에게 진로코칭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통합당은 ‘성평등 사회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이를 실현할 10대 여성공약을 발표하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는 확연히 다른 공약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사회서비스 분야 양질의 여성일자리 창출을 위해 표준임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대책이 함께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정책이다. 그러나 맘 편히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빠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통합진보당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적 여건 마련을 중요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먼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기업이 모성 관련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며, 남성 육아휴직 3개월 의무할당제 및 육아휴직 수당 현실화를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진보신당은 이슈 중심이 아니라 생애주기 중심의 차별화된 여성공약을 선보였다. 이는 여성의 전 생애를 포괄해서 공약을 제시하는 장점은 돋보였지만, 당면 현안에 대한 구체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 기간 중 50%를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로 실시하자는 안이 제출되었는데, 급여가 너무 낮고 기업 내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데 대한 현실적 대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약 수준과 실현가능성이 가장 낮은 당은 새누리당이었으며 다른 정당들은 조금씩 편차를 보여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필자는 여성노동 공약이야말로 99%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보의 가늠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아무리 변화와 혁신을 떠든다 해도 여성노동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낮은 사람은 우리 사회 문제를 반쪽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해결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바른 선택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오늘도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정치, 살림의 정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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