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 논설위원
‘김용민 때리기’는 보라는 달은 안 보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이요,
다중의 의식 수준을 너무 깔보는 것이다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이요,
다중의 의식 수준을 너무 깔보는 것이다
19대 총선을 ‘김용민 때리기’ 장으로 만들어버린 집권세력과 스스로 그들의 당파적 대변지임을 다시 한번 과시한 보수주류언론의 전략은 성공할까? 그들은 ‘김용민 막말’ 도배를 통해 ‘막말=야당의 수준’ 도식을 사람들 뇌리에 심어놓는 것까진 몰라도, 여당에 불리한 총선 핵심 쟁점들을 죽여버리는 데는 꽤나 성공한 듯하다. 욕을 먹어가며 강행한 언론장악은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이번 총선에서 의도한 만큼의 득을 볼 수 있을까?
저들 전략의 최대 약점은 그렇게 때려댄다고 해서 김용민과 ‘나꼼수’, 그리고 김제동과 김미화와 윤도현 등 저들이 한편으론 혐오하고 한편으론 두려워한 이들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준 대중적 인기의 원천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럴수록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6·2 지방선거, 10·26 서울시장 선거 같은 때도 극적으로 드러났듯이, 대안매체 수요자들을 투표소로 불러내는 것은 말재주가 아니라 권력과 그 전위대로 전락한 기성매체들의 무능과 잘못된 방향설정, 철학(비전)의 빈곤, 그들 일족 및 계급만 살찌우는 과도한 탐욕과 부패에 대한 염증이요, 전망 부재에 대한 불안과 절망이다. 수원 여성 살해사건을 통해 또 드러난 경찰의 기막힌 무능도 다를 것 없다. ‘영포라인’과 민간인 사찰이 상징하듯 국가권력과 공적자산을 사유화한 자들이 권력의 시녀들을 총동원해 막으려 한 게 바로 그런 화두 또는 쟁점들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대중은 나꼼수 등의 ‘막말’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해야 맞을지 모른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에서 슬라보이 지제크는 ‘사회적 분노 자본’이 쌓인다고 해서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혁명은 주로 빈곤과 불의 체험을 통해 축적된 분노 자본이, 모순적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해도 홀로 고립당하거나 위험에 빠지지 않는 ‘이데올로기적 자유’라는 최소한의 공간과 만날 때 폭발한다. 권력이 힘을 잃을 때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불안하게 만드는 공권력 남용을 고발하고 의제를 설정해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수구언론은 오히려 공권력 남용자들과 한편이 됐다. 이른바 ‘87년 체제’는 산업화 이후 다원화·민주화로 압축되는, 한국 사회가 거쳐 가야 할 코스였다. 이명박 정권의 역사적 임무는 87년 체제의 공과를 평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현 정권은 일본에서 직수입한 ‘잃어버린 10년’이란 레토릭을 읊조리며 앞 정권들을 좌파·종북세력의 잘못된 권력탈취쯤으로 매도하면서 모든 걸 그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기득권 재탈환을 ‘정상화’라 강변했다. 그러면서 앞 정권의 신자유주의 패착만은 더욱 속악한 형태로 확대·계승했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의 기자들 무더기 해직과 매체 통폐합을 통해 지금의 틀을 갖추게 된 한국의 보수주류언론은 기득권 재탈환에 성공한 권력과 한통속이 되는 데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았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은 김용민 때리기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세력 결집 또한 자극할 것이다. 이건 새로울 게 없다. 몇 차례의 지난 선거들에서 그런 현상을 목도했다. 보수주류언론은 그들 생각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김용민 때리기 역시 별 재미를 못 본다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한국 보수주류언론의 패권시대는 확실히 가고 있는 셈이다. 여론시장을 독점해온 그들의 자멸이야말로 혁명적 사건일 수 있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새누리 김형태 ‘제수씨 성추행’ 녹취록 들어보니
■ 문재인 무허가 건물이 이 부분? “아, 애잔하다”
■ 유인촌, 문대성에 “IOC위원, MB가 만들어준것”
■ 낸시랭, 비키니 입고 “투표합시다~ 앙!”
■ 40대 유부녀가 제대로 바람나면?
■ 새누리 김형태 ‘제수씨 성추행’ 녹취록 들어보니
■ 문재인 무허가 건물이 이 부분? “아, 애잔하다”
■ 유인촌, 문대성에 “IOC위원, MB가 만들어준것”
■ 낸시랭, 비키니 입고 “투표합시다~ 앙!”
■ 40대 유부녀가 제대로 바람나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