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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 장행훈

등록 2012-04-10 19:32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파업·해직 기자들의 잇따른 특종…
파업이 뉴스 보도를 활성화시키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이 총선 막판에 선거판을 가를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사건에 비하면 닉슨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은 양반이라는 논평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은 민주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드러내는 언론인 불법 사찰은 이 정권이 언론자유가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민주정부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방송>(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파업 기자들이 만든 <리셋 케이비에스 뉴스 9>(리셋) 팟캐스트 방송이 3월30일 보도한 총리실 지원관실의 ‘케이비에스 최근 동향보고’ 문건(2009년 12월29일 작성)을 보면 김인규 사장은 사원들의 취임반대 투쟁을 빨리 종료시키고 “케이비에스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호감을 샀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와이티엔>(YTN) 배석규 사장은 “친노조·좌편향 경영·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 등 인사조치”를 취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해서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2009년 9월3일치 문건) 한달 뒤 대표이사로 (날치기) 선임됐다. 권력에 잘 보여 출세한 사례다.

<문화방송>(MBC)의 김재철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의사보다 청와대의 의사가 반영돼 사장에 임명된 케이스라고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원관실의 2009년 8월25일치 ‘케이비에스 와티엔 엠비시 임원교체 방향보고’는 “비에이치(BH·청와대) 하명”으로 임원이 결정됐음을 드러내고 있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 조직을 장악하고 보도 방향을 통제하는 일련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청와대가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다.

아이러니한 것은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방송 장악을 위해 정권이 이런 음모를 꾸민 사실들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알았어도 낙하산 사장이 보도의 관문을 통제하는 체제하에서 바깥에 알려질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리셋> 외에도 와이티엔 해직 기자들이 만든 인터넷 방송 <뉴스타파>, 엠비시 파업 기자들이 만든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본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권력 비리를 고발하는 ‘특종’들을 발굴해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파업이 뉴스 보도를 활성화시키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언론인이 자유로워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산 증거들이다. 낙하산 사장이 개입하지 않으면 방송이 훨씬 더 활기를 띠게 되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유의할 점이다.

한달 전 한국방송이 파업에 들어가는 날 <조선일보>는 “케이비에스·엠비시 노조와 민주당이 합작한 ‘공영방송’ 파업”이라는 사설을 통해 방송3사 기자들의 파업을 비판했다. 엉뚱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한겨레를 방문하여 당선사례를 한 사실을 거론하고 “좌파신문 한겨레”의 정연주 논설주간을 한국방송 사장에 임명해 좌파방송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투쟁을 벌이는 젊은 기자들에 대한 격려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조선은 정연주 전 사장에게 배임죄 혐의를 씌워 재판을 받게 만드는 데 앞장섰던 신문이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은 1심에서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무죄를 유죄라고 우긴 쪽에서 피해자에게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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