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규 정치부 정치팀장
‘당칠인삼’,
정치에서는
당이 70%,
인물이 30%다
정치에서는
당이 70%,
인물이 30%다
투표 날 아침, 투표장 가는 이들의 마음 한편에 설렘이 피어오른다. 선거 끝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일 것이다.
선거를 흔히 경마에 견준다. 입후보를 뜻하는 ‘출마’, 탈락을 일컫는 ‘낙마’, 1위 후보에 맞서는 ‘대항마’ 따위의 용어도 경마에서 비롯했다. 단순 판세 위주 선거보도를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도 유사성을 보여준다. 경마에선 기수가 아무리 출중해도 말이 시원치 않으면 우승이 어렵다. ‘마칠인삼’(馬七人三), 경마의 승부가 말의 능력 70%와 기수의 능력 30%로 결정됨을 이르는 용어다. 선거에선 후보가 뛰어나도 속한 당이 유권자의 외면을 받으면 당선되기 어렵다. 정당은 말, 후보는 기수다.
경마꾼에게 경마의 목적은 우승마를 찍어내 돈을 따는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단 한 가지, 속도다.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정치적 결정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대변’이다. 누군가 나의 처지를, 나의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을 뽑는 게 민주주의에서 투표의 본질이다. 개개인의 이런 이기적 투표에 의해 민주주의는 소수 특권층 1이 아닌 다수 국민 99의 의사를 반영하는 건강한 체계로 작동하게 된다.
문제는 나를 대변해줄 사람이 누군지 그걸 고르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투표할 때 당 보고 찍느냐, 인물 보고 찍느냐 하는 건 오랜 논쟁의 소재였다. 정당들도 유불리에 따라 정당투표를 주문하기도 하고 인물투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으로 고민의 범위를 좁혀보자. 선거는 정당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는 과정이다. 19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은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에 관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정강정책을 바꾸며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도 두 가지였다. 쟁점이 흐려지고 말았지만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여야가 두 의제를 놓고 각각 대안을 내놓으며 경쟁하는 흐름이었다. 1 대 99의 문제, 부의 기형적 집중에 따른 ‘강자 독식’의 폐해를 풀어내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새누리당도 일단 동의했었다.
이건 법을 고치고 새 법을 만들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문제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정당이 더 나은 대안을 내놨고, 강한 의지를 지녔는지가 관건이다. 이 문제가 절박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라면 투표할 때 후보보다 정당을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게 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정당이라는 레일이 깔리지 않은 곳에서 후보라는 기관차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당칠인삼’, 정치에서는 당이 70%, 인물이 30%다.
그런데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대안들 가운데 어느 정당의 것이 내게 이롭고 어느 당의 의지가 더 강한지 그걸 판단하기가 어렵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당 저당 덩달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나선 판이니 헛갈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 노릇 제대로 하기도 참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정당의 공약집에 나오는 순환출자 금지니, 출자총액 제한이니 따위의 복잡한 제도를 연구해서 투표하라는 건 투표율 떨어뜨릴 소리다.
어느 때보다 두툼해진 선거공보물 보고 머리에 쥐가 나는 분이라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각 정당이 취하는 태도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평소 방송을 열심히 시청한 유권자라면 방송 3사 노조의 파업에 대해 어느 당이 하는 소리가 옳은지를 보고 그 정당이 속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현안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정당이 있다면 그건 그 문제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그 당 후보 안 찍으면 된다.
임석규 정치부 정치팀장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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