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다. 19대 국회를 책임질 300명의 선량이 새로 뽑혔다. 입후보자와 지지자 모두 희망과 좌절의 교차로를 지났다. 이제부턴 새로운 일상의 정치가 펼쳐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지만 그것 자체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꽃이 만발한 뒤 시들듯이 선거가 끝난 뒤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색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뜻을 충실하게 받들겠다는 약속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은행 통계로는 지난 30년 동안 민주적 선거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세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증거는 없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책에서 권력을 거머쥔 정치인이 사는 방식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다. 정치에 의존해서 산다는 것은, 직업정치인이 소명의식 없이 경제적 이익을 좇아 정치판을 더럽힌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판을 정화하려면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 뒤에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렵다. 일상의 정치에서 국민의 감시와 통제는 너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는 그런 수고와 비용을 감당해야 할 유인이 거의 없다. 그렇다 해서 국민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에 빠지면 더 큰 손실을 안긴다. 질 나쁜 정치인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어제까지는 생생했다. 오늘부턴 시들해질지 모른다. 주권을 위임받은 사람이 위임한 국민을 상대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의 눈과 귀는 오늘부터 더 밝아져야 한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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