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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에 부쳐 / 손미아

등록 2012-04-18 19:32

손미아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손미아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전세계적으로 실업이 사망,
특히 자살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2009년 77일간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이 연이어 죽어가고 있다. 쌍용차 노동조합이 확인한 죽음만 해도 벌써 22번째라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합친다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09년 4월부터 2012년 3월30일까지 만 3년 동안 사망한 22명의 사망원인을 보면, 자살 12명, 심근경색증 및 돌연사 6명, 뇌출혈 1명, 당뇨합병증 1명, 기도폐쇄 1명, 기타 1명으로 나타났다.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절반을 넘고, 나머지는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나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죽음에 대한 고통은 죽은 자들에게만 내려진 것이 아니다. 산 자들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닐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약 52.3%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으며, 80%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녹색환경연구소 등 2011년).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투쟁했던 노동자들이 ‘자살’로 죽어가고 있다는 이 명백한 사실이 자본과 정부에 의해서 처참하게 무시되고 있다. 총선에서도 온갖 공약이 남발되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 처참한 죽음의 행렬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침묵의 카르텔처럼 철저하게 외면했다. 온갖 화려한 공약놀음 뒤에서 희망텐트 쌍용차 해고자들의 절절한 외침은 외면당하고 심지어 탄압을 당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함으로써 죽음의 행렬을 은폐하려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에 불과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정리해고를 자행한 쌍용 자본과 이명박 정권에 의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집단학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바로 그들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노동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죽음인 것이다.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의 자살사망률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에 근거한 일반인구의 자살사망률과 비교했을 때, 2011년 한해 동안에도 약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명백한 정리해고에 의한 자살임이 틀림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실업이 사망, 특히 자살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핀란드에서조차 불안전 고용 상태에서 자살률이 2~3배, 장기간 실업 상태에서 자살률이 4배 증가하고 있다(네타 메키와 페키 마르티카이넨, 2012년). 실업으로 인한 자살은 특히 자본가 계급에 의한 대량해고가 극대화되는 경제공황의 시기에 극대화된다. 1997년 말 아시아발 경제공황을 겪은 한국, 대만(타이완), 홍콩에서도 경제공황 시기에 실업률의 증가로 자살률이 증가했다(이원영 등 2009년, 조 천 등 2010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도 2007년 말 미국발 세계공황의 시기에 대량해고와 실업상태를 만들어낸 자본가 계급과 정권에 의한 타살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이 더 많이 발생하며, 특히 대량해고가 가장 단기간에 자살률을 증대시키는 가장 강력한 사건이라고 보고되었는데(티머시 클래슨과 리처드 던, 2012년), 이는 마치 향후 세계공황이 깊어가면서 대량해고로 인해 자살률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해주는 전조처럼 보인다.

장기화되는 정리해고가 쌍용차 노동자들을 죽음의 행렬로 몰아가고 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이 되어야 한다. 원직복직이 이 죽음의 행렬에 종지부를 찍는 길이다. 우리 모두 4월21일 오후 2시 평택에서 열리는 쌍용자동차 범국민 추모대회로 가자!

손미아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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