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복지정책 실행은 지방정부 몫
‘작은 복지’조차 미루면서
‘큰 복지’ 하겠다는 건 아무래도…
‘작은 복지’조차 미루면서
‘큰 복지’ 하겠다는 건 아무래도…
이번 총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65% 수준에 육박한 서울지역 20대의 투표율이었다. 2008년 총선의 20대 투표율이 2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2배 이상 급증한 경이로운 수치이다. 나꼼수,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더불어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정책이 서울지역 20대를 투표소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의 민생정책은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고금의 진리를 재확인시켜주었다.
작년 민주당의 무상복지 3무1반 정책 발표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백가쟁명 식으로 각종 복지공약을 쏟아냈다. 복지국가를 한다는데 국민이 싫어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말로만 복지를 약속하는 것은 믿지 못하겠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런 합리적 의심을 털어내고,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정치적 지지로 연결시키자면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같은 민생정책이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다수 범야권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보편적 복지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작은 복지’조차 이런저런 핑계로 하염없이 미루면서, ‘큰 복지’를 할 테니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복지정책을 세우는 것은 중앙정부 몫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지방정부 몫이다. 특히, 보편적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 인프라 확충은 지방정부의 책임이 훨씬 크다. 영리 추구적인 민간기관 중심의 공급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보편적 복지의 혜택이 국민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 대선에서 핫이슈가 될 무상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정을 확충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중앙정부 몫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달성한 무상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과잉진료를 안 하고, 양질의 적정진료를 하는 공공병원이 대폭 확충되어야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이 허투루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방환자의 수도권 쏠림이 더욱 심해질 수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지방 병원의 질적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건강증진·질병예방 서비스를 통해 미래의 의료비 지출 소요 자체를 낮추기 위해서는 도시보건지소와 방문 건강관리간호사도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지방정부의 소관사항이다. 그러나 무상의료 실현을 뒷받침하는 이런 정책들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범야권 자치단체장은 아직 보질 못했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서울시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도쿄, 미국 뉴욕, 홍콩의 전체 예산에서 보건의료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 19%, 17%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시 예산 중 보건의료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현재 1.24%에 불과하다. 몇 개의 도시보건지소를 새로 만드는 것조차 버거운 예산 규모로 무상의료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낯 뜨겁다.
범야권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국민의 지지를 받기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본을 보여야 한다. 지방정부의 작은 변화를 경험한 국민은 큰 변화를 이끌겠다는 약속을 믿으며 서울지역 20대처럼 투표로 응답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작은 변화조차 이끌지 못하면서, 큰 변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는 국민은 냉소로 응답할 것이다.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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