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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의 말과 소통] 소통과 심판에 성공하려면

등록 2012-04-30 19:29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국민 공감’ 정책대안 담은
콘텐츠·프레임도 필요하지만
국민 마음에 다가가는 것도 중요
유럽에서 지난 2년여 동안 계속된 ‘집권당 심판’을 프랑스가 마무리하고 있다. 주역은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통령 후보다. 그가 오는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기면 프랑스는 17년 만의 좌우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끝 모를 경제·사회 위기 속에서 집권당들이 몰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10년 5월 영국 노동당 정권이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아일랜드 공화당 정권, 포르투갈 사회당 정권, 그리스 사회당 정권, 스페인 사회노동당 정권, 이탈리아 우파연합 정권 등이 물러났다. 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네덜란드의 중도보수 연정도 지난주 무너져 곧 총선이 치러진다. 이런 정치권력 재편을 바탕으로 유럽 나라들이 좀더 인간적이고 튼튼한 체제, 새 국제질서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끝간데없이 확산되고 있다. 실세들답게 거론되는 돈의 규모도 크다. 두 사람을 비롯해 이명박 정권을 이끌어온 이들을 보고 연상되는 것은 거대한 문어 모양을 한 이권집단 연합체다. 정부 안팎의 요소요소를 차지한 뒤 닥치는 대로 빨판을 대고 검은돈을 빨아들이는 괴물이다. 이들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불법·탈법 방송장악,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등으로 드러난 반민주·반국민적 행태의 주역이기도 하다. 유럽 집권당들은 세계 경제위기를 변명 거리로 삼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집권세력은 그럴 여지조차 없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유럽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담론 구도와 프레임에서 야당이 훨씬 유리하다.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야당심판론과 안정론(‘야당이 이기면 나라가 불안해진다’)은 야당의 집권세력 심판론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 불법사찰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도 여권에 부담이 됐다. 콘텐츠에 해당하는 정책 구상에서 야당이 미흡했다고 하지만 여권도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야당이 졌다. 이유가 뭘까.

프레임과 콘텐츠가 결정적 요인이 아닐 수 있다면, 국민의 정서와 심리를 살펴봐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유권자의 마음과 맞아떨어지면 투표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신뢰성-친밀감’ 요소는 박빙의 선거 구도일수록 더 중요하다.

여당은 총선에서 특히 강원·충북 등 중부권에서 야당보다 신뢰성과 친밀감이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그 성과의 상당 부분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돌아간다. 그는 집권세력 전체가 부패하고 지리멸렬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상당수 국민에게 안정감 있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나는 야당과 다르고 이명박 정권과도 다르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 것이다.

국민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에 뿌리를 둔 좋은 콘텐츠·프레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국민의 마음에 다가갈 것인가’라는 요소가 그에 못잖게 중요하다. 후보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전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선거는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하는 쪽이 이기는 ‘소통의 게임’이다. 소통은 말을 핵심 수단으로 하고, 말은 물처럼 많은 줄기가 합쳐져 큰 흐름을 이룬다. 그 흐름을 매끄럽고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신뢰성과 친밀감이다.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 쪽은 ‘좌파가 집권하면 그리스와 이탈리아처럼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4·11 총선에서 여당이 내세운 것과 똑같은 안정론이다. 지금 그는 심판받고 있다.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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