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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민주당의 정치무능 / 이철희

등록 2012-04-30 19:37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투표율 낮은 건
유권자 탓 아니라
‘정치효능감’ 못 준
정당의 실패 때문
부자들의 나라를 누군가 ‘리치스탄’(Richistan)이라 불렀다. 부자를 뜻하는 단어(rich)에 나라 이름 뒤에 붙이는 어미(stan)를 붙여 만들어낸 조어다. 로버트 프랭크란 작가의 작품이다. 미국이 잘사는 사람만 계속 잘살게 되는 사회, 즉 리치스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미국(17.7%)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이쯤 되면 미국의 불평등을 빗댄 리치스탄이란 말을 한국에 끌어다 써도 무방하다 싶다.

정치학자 제이컵 해커와 폴 피어슨은 리치스탄에 반대되는 사회를 일컬어 브로드랜드(broadland)라고 이름 지었다.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분배가 너무 넘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로 공평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이들은 리치스탄에서 브로드랜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정치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해 시장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을 때 이런 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의 질은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정치가 유능하다는 것은 정당이 대표성, 반응성, 책임성을 가질 때 가능해진다.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잘 대표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과 입법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결국 좋은 정당이 유능한 정치의 필요조건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좋은 정당에 대한 고민이 보수 쪽에는 있는데, 진보 쪽에는 없다.

새누리당은 싫든 좋든 보수를 담는 그릇으로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워낙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라 숨죽이던 보수세력이 박근혜를 기표로 삼아 결집했다. 투표 결과나 선거 후 조사에서 확인되는 바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했으나 민주나 개혁세력까지 포함하는 범진보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선 힘에 부치는 듯하다. 대개 총선의 투표율이 지방선거보다 높게 나오는 게 정상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54.3%로 2년 전의 지방선거 투표율(54.5%)과 엇비슷하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4·11 총선에서의 패배를 딛고 12·19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주통합당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정당이 바로 서야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총선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 17대 총선에서 투표했으나 18대 총선에서 기권한 유권자들을 다시 투표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17대 총선 투표율이 60.6%, 18대 총선의 그것이 46.1%이니 낙폭 14.5%포인트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라도 투표 동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록 8.2%포인트 상승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어쩌면 투표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투표율(68.1%)에 이르러야 사회경제적 약자나 하층의 투표 참여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투표율은 그냥 오르지 않는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선거나 정치를 통해야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가능하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민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투표가 자신의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는 이른바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을 주는 데 정치나 정당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더도 덜도 아닌 정치 무능의 발현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 것인지에 매몰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박근혜 프레임에 빠진, 전략적으로 무효한 하책이다. 지금 민주당한테 필요한 것은 선명한 정책과 노선을 들고 당이 보통사람의 삶으로 쑥 진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주저하면 또 진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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