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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독주당, 독식당, 독선당 / 임석규

등록 2012-05-06 19:20

임석규 정치부장
임석규 정치부장
친박의 독주, 친노의 독식이 문제다
당권파의 독선은 또 어떤가
국민과 정책은 없고 정파만 넘친다
조폭들은 의리를 강조한다. 조폭집단에 배신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조폭들이 피의 맹약을 맺으며 떠들썩한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서로 믿을 수가 없어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조폭들, 정말 의리 없다. 지나친 강조는 흔히 결핍의 또다른 표현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가 만든 정당의 이름이 민주정의당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친박도 친이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계파가 뚜렷하다는 걸 방증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당명에 통합을 내세웠다. 그만큼 분열적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정당에서 다수파와 소수파의 경쟁은 자연스럽다. 다른 생각들이 경쟁하면서 정당의 정책과 노선은 현실 정합성을 갖춰가고 수권정당으로 발전한다. 문제는 생산적 경쟁이 분열적 갈등으로 변질할 때다. 최근 주요 정당에서 분열적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소수파를 배려하지 않는 다수파의 욕심 탓이다.

새누리당에선 친박의 독주가 당을 해친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5·15 전당대회에서 ‘친박 일색 지도부’가 꾸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선주자들을 보면 박근혜 위원장과 여타 친이 주자들의 지지율 격차가 20~30배에 이르지만 경선 룰에 대한 친박의 양보 기미는 없다. 야박하다. 맥빠진 경선은 흥행 실패를 불러 친박에도 이로울 게 없다.

민주통합당에선 친노계의 독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는 당에 해악이 될 뻔했다. 국민에겐 ‘원내대표-당대표-대선주자’ 라인업을 독차지하려는 시도로 비친다. 야당 경선에서 극적 요소를 제거하는 건 자해 행위다. 정치인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마다 항변 수단으로 애용하는 진정성이니 의도의 순수성이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 국민은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정치인의 의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당권파의 독선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저지른 주체가 당권파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와 별개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당권파는 아직 정당의 정파보다는 운동권 분파의 정체성이 강해 보인다. 진상조사위 구성안에 동의했으면서도 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당권파는 대화와 토론, 절충과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정당정치에 미숙한 것 같다. 그런 태도를 고수하려면 서클이나 단체활동을 할 일이지 정당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정당 다수파의 숙명적 비극은 정치적 가치가 아니라 인물과 지연 등 사적 인연을 테두리로 뭉친 집단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친박, 친노,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비극이 잉태돼 있다.

그러다 보니 다수파와 소수파가 대립하고 경쟁하는 내용이 공허하다. 거기에 국민과 정책은 없고 정파의 이해만 가득하다. 국민 눈엔 ‘그들만의 정치’로 비치기 십상이다. 공허하고 소모적인 정파갈등은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정치혐오를 초래해 선거에서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커도 미구에 그걸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대중들은 떨쳐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게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분석이다. 불만에 찌든 사람들이 아니라 희망에 부푼 사람들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사람들의 희망에 불을 지필 정당과 인물은 누굴까. 새누리당, 민주당, 통합진보당의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의 소리는커녕 투표율 떨어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한국 정당 다수파의 위기다.

임석규 정치부장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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