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을 포함해 부실 저축은행 네 곳이 영업 정지됐다. 만시지탄이다. 애당초 올해 초에, 아니 그 이전에라도 퇴출시켜야 했다. 아마도 정부는 대형 저축은행 퇴출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특히, 이번 4·11 총선은 연말 대선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대형 저축은행을 총선 전에 날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예금을 한순간에 날리는 서민만 늘어날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 탓이다. 가장 큰 실수는 기업 프렌들리와 수출 장려를 위해 행해진 저금리 정책에 있다. 정권 중반기부터는 단계적으로 금리를 높여야 했는데, 정상화시킬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 버렸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으려는 서민들의 돈이 저축은행으로 몰렸다. 구멍가게 경영능력 정도밖에 없던 저축은행 임원진은 관리 용량 이상으로 몰려든 자금을 들고 투자처를 찾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부는 건설경기를 부양하려 했고, 이에 부화뇌동한 저축은행은 건설회사에 대규모로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해주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나고 부동산 경기는 꽁꽁 얼어붙게 되었다. 그러니 이미 나간 대출금은 회수가 안 되고 저축은행은 점점 부실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어느 저축은행 회장은 정경유착의 비리구조 속에서 유명 대학교 법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가짜 졸업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돈 앞에 모두 굽실거리며, 암묵적으로 그에게 졸업생 대우까지 해주면서 동류항으로 묶이길 원했다. 연예인 학벌조작 사건과도 비슷하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해당 대학들이 가짜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해당 연예인을 학교 행사에 초청해 활용한 것과 뭐가 다른가. 결국 그 가짜 인생 회장은 밀항을 시도하다 잡혔다. 이런 파렴치범에게 알토란 같은 돈을 몽땅 맡긴 서민이 불쌍하고, 이런 수준 이하의 사람에게 회장님 회장님 하고 복종했을 은행 직원들도 참 안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사기꾼 회장의 밀항이라니, 어느 구석진 대륙의 미개국도 아니고. 주요 20개국(G20) 회의 개최하고 나면 국격이 높아진다더니, 오히려 국격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본다.
지도자는 도덕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이렇게 부도덕하고 타락한 적이 있나? 논문이 가짜라고 했는데도 왜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지, 나라를 대표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왜 또 해야 하는지, 경선 부정이 있었다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계속해서 하겠다는 것, 이 모두 가짜 사회의 코미디다.
저축은행 부실은 금융당국의 책임도 커 보인다. 사실 저축은행의 부실이라는 비극적 드라마의 주연은 밀항기를 쓰는 가짜 인생 회장님이 아니다. 그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주연은 금융당국이다. 북 치고 장구 치고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망가뜨렸다고 보는 게 맞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태프도 있었다. 즉, 살아 있는 권력의 실세들과 미래권력의 끄나풀들이 뒤엉켜 있을 테고 오지랖 넓은 여야 정치인도 다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허덕이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제 해답은 단 하나다. 밀실야합과 언론조작이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저금리의 장기화를 깨야 한다. 소비보다는 저축하는 사회를 만들고 또 저축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도덕적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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