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전쟁, 테러리즘, 억압적 정부 따위가 날마다 언론 보도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종교 지도자들은 곧잘 개인과 공중의 행동기준이 퇴락했다고 한탄한다. 그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나는 인류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 나는 <익스팬딩 서클>(Expanding Circle, 한글 번역서의 제목은 <사회생물학과 윤리>)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도덕적 고려를 해야 할 존재의 범위가 부족에서 국가로, 인종으로, 모든 인류로, 그리고 마침내 다른 동물까지로 넓어지고 있다고. 이는 분명히 도덕적 진보다.
흔히 진화는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개체를 자연선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게 종족 번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성의 발달은 인류를 그런 진화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에 기댈 수 있는 능력은 진화론적으로 명백한 이득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위험을 회피할 계획을 세움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이성이 생기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쪽으로 이성에 의지하게 된다. 이성은 특히, 기존에는 우리의 도덕적 시야 바깥에 있었던 타자도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하버드대의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도 최근 저서 <우리 자연의 더 좋은 천사들>에서 이런 관점을 지지한다. 핑커는 최근의 역사학·심리학·인지과학·경제학·사회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가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덜 폭력적이며 덜 잔혹하며, 더 평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가족과 이웃, 종족, 국가 간의 폭력이 줄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 인류는 다른 사람의 폭력이나 잔혹함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칠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주장을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분석해 보면, 고대 인류의 15%가 다른 사람의 폭력으로 숨졌다. 현대와 비교해 보면, 20세기 초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조차도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은 3%를 넘지 않았다. 인류학자들이 특히 상냥하다고 여기는 말레이시아 세마이족이나 북극 지방의 이누이트족조차도 인구 대비 살인 사망률을 보면 세계 최악의 살인사건율을 보이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별 차이가 없다.
핑커는, 여기에 이성이라는 중요한 요인이 깔려 있다고 본다. 그는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철학자 제임스 플린의 ‘플린 효과’(세대가 지날수록 지능지수가 높아지는 현상)를 인용한다. 만일 오늘날 평균치인 지능지수 100의 10대 청소년이 1910년에 같은 테스트를 받으면 상위 2% 수준인 130은 나올 것이다. 이러한 지능지수 향상을 개선된 교육으로만 설명하긴 쉽지 않다. 지능지수는 단어 실력이나 수학 실력이 아니라 추상적인 이성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핑커는 이성 능력의 강화로 우리가 즉흥적인 경험과 개인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틀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을 더 향상된 도덕적인 의무감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20세기 동안 인류의 이성 능력이 이런 식으로 향상됐다.
그러므로 인간의 향상된 이성 능력이 폭력으로 흐를 수 있는 인간 본성의 충동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도록 해왔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앙적인 기후변화의 위협을 포함한 엄중한 문제에도 계속 맞서야 한다. 우리는 도덕적 진보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이성을 지니고 있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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