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공동정부 형태로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개혁세력 전체를 아우르는 연립정부 구상을 내비친 것을 계기로 야권 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제안을 지지하는 쪽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 정치방향과 가치가 비슷한 세력끼리 단결해야만 하는데, 안정적인 연합을 이루자면 막판 단일화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정부를 매개로 지도자와 지지층이 서로 믿음을 쌓아가는 화학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이를 비판하는 입장은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기정사실화하는 패배주의적 발상이거나 대선 판짜기의 주도권을 쥐려는 담합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나는 문 고문이 공동정부를 제안한 배경의 진정성을 수용한다. 지금까지 야권이 취해왔던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보더라도 문 고문의 제안은 야권연대의 질을 한 단계 높여 정국의 활로를 뚫어보려는 발로로 읽힌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줄곧 추구해온 야권연대라는 것도 결국 민주당만으로 안 된다는 전제 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공동정부 제안이 패배론을 확산시킨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비판적 주장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공동정부 제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그것이 민주진보진영이 수행해야 할 ‘역사적 미션’을 잘못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민주진보진영은 총선까지의 정치적 실천에 내재한 중대한 한계를 아직도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진보진영에 주어진 일차적 과제는 1기 민주정부의 한계와 오류를 넘어설 수 있는 자기혁신의 실천이어야 했다. 특권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에 끌려다니면서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극복하여 가치·정책·세력이 삼위일체가 된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진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잡은 방향은 혁신보다는 통합과 연합이었다. 통합은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 이후 분열되었던 제 세력을 재통합하는 것이었고, 연합은 민주진보진영을 결합시키는 보완재였다. 그 결과 통합 과정에서는 과거 재벌 및 보수 관료와 유착했던 정치인들의 문제가 정리되지 못했으며, 심지어 철새들까지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통합이 끝나자 민주당에는 전리품 배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도덕적 해이가 급속히 퍼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둘째, 연립정부란 가치·노선·세력이 연합하는 책임정치의 일종이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다른 누구든 한국 사회의 미래를 끌고 나갈 가치·노선·세력이 정확히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왜 총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의 정강정책과 정치주체의 형성이 각각 따로 갔는지, 총선 후에 정강정책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성찰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치와 노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면서 왜 진보적 좌표이동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이-박 연대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부를 제안하기 전에 가치와 노선의 실체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 올바른 수순이다. 그러자면 앞에서 말한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소하는 치열한 정치논쟁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동정부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일뿐더러 민주당 내부에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안철수 지지층과도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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