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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지기 / 강재형

등록 2012-05-24 19:10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 14일째를 맞았다. 주최 쪽은 ‘석가탄신일’을 낀 연휴를 기점으로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되고 숙박요금도 개장 초기보다 낮춰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박람회를 가리키는 ‘엑스포’는 1967년 몬트리올 박람회 때부터 쓰였다. 이 박람회의 화젯거리는 영국 전시관 여성 안내원의 제복이었다. 메리 퀀트가 디자인한 이 제복은 미니스커트였다.(<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엑스포가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셈이다.

세계박람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안내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우미’라고 부른다. 이 말은 ‘행사 안내를 맡거나, 남에게 봉사하는 요원’으로 1993년 대전 엑스포 때 등장한 표현이다. ‘도우미’는 ‘도움+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움을 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말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여수엑스포조직위 자료) ‘용언의 명사형+-이’로 구성된 ‘알림이’, ‘가꿈이’, ‘지킴이’ 따위와는 다른 형태인 것이다.

이태 전 ‘아나운서 커플’의 혼인 소식을 전한 한 매체는 “두 사람이 한글날에 맞추어 날을 잡은 것은 평소 ‘우리말 지킴이’를 자처해온 아나운서의 직업정신이 발동한 것”이라며 아나운서를 ‘우리말지킴이’로 추어올렸다. 아나운서에 대한 칭찬이 고맙기는 하지만 ‘우리말지기’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등대지기, 묘지기, 문지기, 창고지기, 청지기…. 이처럼 ‘-지기’는 예전부터 널리 쓰이고 있었기에 그렇다. 뜻풀이를 살피면 ‘-지기’를 살려 써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지킴이’는 ‘한 집이나 마을, 공동 구역을 지켜 주는 신(집 지킴이인 터주신, 마을 지킴이인 장승 따위)’이나 ‘관리자를 달리 이르는 말’이고 ‘-지기’는 ‘그것을 지키는 사람’(표준국어대사전)이기 때문이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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