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야구장 표 있어?”
올해 들어 부쩍 표 문의가 늘었다. 공짜표가 아닌 값을 낼 테니 제발 표만 구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답은 하나다. “없어.” 아주 가까운 지인들이 부탁할 때는 야구단 마케팅 과장인 남편한테 어렵사리 말을 꺼내본다. 남편 반응도 한결같다. “없어.” 참 모질고 야박하다.
올 시즌에는 야구장 입장권을 구하는 게 마치 전쟁 같다. 정확히 말하면 ‘지정석’을 구하는 게 어렵다. 웬만한 지정석은 표당 1만~2만원 하는데도 온라인 입장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대부분 팔린다. ‘빅3’ 구단인 롯데, 기아, 엘지의 경기일수록 심하다. 문학야구장 바비큐존에서 고기 한번 구워 먹을라치면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린 근처 피시방에서 표를 예매해야만 한단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불과 69명 관중 앞에서 경기한 적(2002년 10월19일 사직 롯데-한화전)도 있었는데, 올해는 구장 좌석 점유율이 80%에 가깝다. 프로야구 고놈, 올해 출세했다.
사람들이 몰려드니 아쉬운 쪽은 야구단이다. 구장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박찬호(한화 이글스)가 처음 등판했던 청주구장 수용인원은 7500명이었다. 주중 목요일 잠실구장(2만7000명)까지 매진시켰던 박찬호의 ‘힘’이라면, 경기당 적어도 1만~2만명의 잠재적 수요를 놓친 셈이 된다. 목동구장(1만2500명)에서만 두 차례 선발 등판한 김병현(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대전·대구·광주·목동·청주 야구장이 2만석 이상이었다면 어땠을까. 프로야구는 연간 700만명이 아닌 800만명, 900만명 관중을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화, 삼성, 기아, 히어로즈는 시즌 내내 홈구장이 매진돼도 전체 관중이 90만명을 넘을 수 없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구장의 현실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격언 중 하나는 ‘지어라, 그러면 (사람들이) 올 것이다’이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는 ‘(사람들이) 온다, 그러니 지어라’다. 뒤늦게 야구장을 짓다 보니 급팽창한 수요에 보조를 맞출 수가 없다. 다행히 신축 광주구장(2만2102석)과 목동구장을 대체하게 될 고척돔구장(2만2258석)은 2014시즌에나 볼 수 있을 듯하다. 열악한 대구구장 신축은 아직까지 물음표다. 부지는 정해졌지만 시공사가 없다. 1차에서 유찰돼 6월 초 재입찰이 진행된다. 이번에도 유찰되면 2014년 말 완공은 어려울 듯 보인다. 리모델링을 한 대전구장은 구체적인 신축계획이 없다. 한해 임대료와 광고료로 지자체가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잠실구장 또한 마찬가지다. 대구·대전·잠실구장은 시설 낙후화로 구단 팬 서비스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주차장 또한 비좁아서 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근처 도로는 마비된다. 시설 투자는 미미한데 임대료만 많이 받아 가는 시 당국이 얌체 같다.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서비스가 괜찮으면 기꺼이 그만한 값을 지불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금방 발길을 돌린다. “야구장 표 있어?”라는 물음이 “야구장 왜 가니?”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때가 진정 야구단과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댈 시간이 아닐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민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프로스포츠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whizzer4@hani.co.kr
[화보] 프로야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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