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정치부 기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8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노태우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순방향으로 발전시켜온 남북관계를 일거에 역행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의 말처럼 이 정부의 대북 정책은 역행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실제로는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나타났듯 대북정책도 역사의 흐름을 거슬렀다. 현재 남북관계는 전쟁을 하지 않을 뿐 초적대적인 상황이 됐다.
이 정부에서 누가 이런 대북정책의 역행을 가져왔는가? 보통 지난 4년 내내 대통령과 함께 일해온 김태효 대통령실 대외전략기획관을 꼽는다. 그는 대통령과 가까운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압박→붕괴→흡수’를 시나리오로 한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정부 안 매파들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추정은 지난 4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교육원 특강을 통해 틀렸음이 확인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북한은 농지개혁을 해야 된다. 젊은 지도자(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그것 하나 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권이 아니겠나”, “이제 장기 독재 정권이 유지될 수 없는 역사적 시대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쏟아냈다.
이날 발언으로 정부 안 매파의 핵심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졌다. 이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는 거리낌없이 북한의 내정에 간섭하는 발언을 하고, 북한의 체제 붕괴를 뜻하는 인권과 민주화에 대해 말했다. 이것은 외교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발언이었다. 미국을 빼면 어느 나라의 정부 수반도 다른 나라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국가간 외교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적 표현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외교의 기본인 ‘두 길’(투 트랙)이나 ‘여러 길’(멀티 트랙) 보기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국내에서 해온 일에 대해 일말의 자의식도 없어 보였다. 주권자의 다수가 반대한 4대강 사업을 강행해(반민주주의) 22조원을 낭비하고 국토 환경을 악화시켰으며(내정 실패),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기소를 남용하고(반민주주의) 국무총리실을 통해 시민들을 사찰한(반인권) 정부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내정과 인권,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가?
설령 김태효 기획관이 대북 강경 정책의 실무 책임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책임은 첫번째가 아니다. ‘김 기획관이’ 대북 정책을 그르쳤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4·19혁명 때 ‘잘못은 이기붕이 했지 이승만이 무슨 죄가 있냐’며 무사히 하와이로 보내준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순행할 수 있을까? 지난 1월17일 토론회에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같은 정부를 다시는 선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삐 풀린 대통령 중심제에 견제·견인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의회 선거를 치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또 대통령이 외교를, 총리가 내정을 나눠맡는 이원정부제도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김규원 정치부 기자che@hani.co.kr
[화보] 3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이발소…‘이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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