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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야단법석 / 강재형

등록 2012-06-07 19:25

요즘 때아닌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다.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등이 공개된 뒤 ‘조계종 사태’를 풀어가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몸부림은 기사 제목 ‘조계종, 쇄신·자정 위한 야단법석’(ㅅ신문), ‘5일 조계사서 야단법석’(ㅈ일보), ‘불교계, 개혁방안 야단법석 토론회’(ㅎ방송)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계 밖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제치 <한겨레>는 조계사 마당에서 열린 ‘야단법석’의 소식을 비교적 소상히 전하면서 ‘야단법석’을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토론회’로 풀어 설명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굶’의 뜻으로 쓰이는 ‘야단법석’은 본디 뜻이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표준국어대사전)인 불교 용어이다. ‘공염불’, ‘도로아미타불’, ‘도량’(道場)은 물론이고 ‘아귀(계율을 어기거나 탐욕을 부려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다툼’, ‘아비규환’(아비지옥+규환지옥), ‘아수라(인도 신화에 나오는 호전적인 왕)장’ 따위도 불교에 뿌리를 둔 표현이다.

‘난리법석’과 ‘요란법석’이란 표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야외 강단인 ‘야단’ 자리에 ‘난리’(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와 ‘요란’(시끄럽고 떠들썩함)이 들어선 말이니 ‘야단법석’의 변형이다. 옛 신문을 찾아보니 ‘요란법석’은 1960년대, ‘난리법석’은 1970년대부터 기사에 등장한다. 최근 뉴스에는 ‘야단법석’이 약 3100건, ‘난리법석’이 약 2300건 나오지만(다음 검색), 통합 검색 결과는 ‘난리법석’이 약 85만건으로 ‘야단법석’의 약 70만건을 앞지른다.(구글 검색) 방송 자막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으니 이 두 표현의 세력이 만만찮은 것이다. 사전 올림말인 ‘야단법석’과 다른 게 있다면 ‘난리 법석’, ‘요란 법석’처럼 띄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한 단어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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