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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날씨가 경제지표를 왜곡한다 / 딘 베이커

등록 2012-06-26 19:19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상당히 좋지 않다. 지난 석달간 평균 일자리 증가치는 한달에 10만개에 약간 못 미쳤다. 10만개는 일자리가 계속 성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기준점이다. 실업률은 8.2%였다. 실질임금은 확실히 줄었다.

좋은 소식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면을 너무 부풀리고 있다.

지난 석달간 지표 악화를 부른 주요인은 그 전 석달의 지표 상승이다. 바꿔 말하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였다. 그 전 석달의 일자리 증가와 활황은 겨울이 따뜻한 덕분이었다. 기업들이 만약 2월에 사람들을 추가로 고용했다면 봄에는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1월에 차를 산 사람이 봄에 또 차를 사지는 않는다.

최근과 같은 낮은 고용성장률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2.5~3.0% 사이에 있고, 설비와 소프트웨어 투자도 두자릿수 가까운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로존의 대혼란은 여전히 미국의 성장을 위협할 것이고, 중국 또한 예전만큼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은 국민총생산(GDP)의 2.0%, 중국에 대한 수출은 국민총생산의 0.8%에 불과하다. 수요가 크게 준다고 해도 악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위기에 대한 과장은 지난해 여름 많은 경제학자들이 봄에 좋지 않았던 경제지표들을 근거로 ‘더블딥’을 경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가 회복되자 가을에는 또 지나친 낙관론이 판을 쳤다.

이렇게 과도한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반복되면 대중들이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다. 이건 축구팀의 팬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10m 전진할 때마다 크게 환호하고, 상대팀이 10m 전진할 때마다 크게 낙담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팀이 6 대 0으로 지고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는 잊은 채 말이다.

지금 경제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인 지표에 눈을 감은 채 진행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보다 6% 가까이 낮은 성장을 하고 있고, 일자리는 적절한 수준보다 1000만개나 부족하다. 주택 거품이 꺼진 뒤로 연 1조4000억달러 가까이 수요가 줄었다. 건설경기는 50년 새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주택 거품으로 발생했던 수요를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기 전까지는 예전과 같은 완전고용 상태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지극히 간단한 수학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은 주택붐의 붕괴로 생긴 구멍을 메울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 공화당은 감세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부자들에게 잘 대해 주기만 한다면 그들이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기업은 수요가 더 있을 때만 일자리를 만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논쟁하면서도 경기하락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경제가 수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하는 마법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정부만이 경제를 지지할 만한 부양수단을 사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건 간단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이 날씨로 인해 생긴 단기 변동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선 경제상황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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