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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완전국민경선제의 ‘실험’ / 조대엽

등록 2012-07-09 19:13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12월 대선에 출전할 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 ‘완전국민경선제’에 관한 말들이 많다.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이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개방적 후보선출 제도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대체로 정당 내 지지기반이 두터운 후보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반대하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후보 쪽은 완전개방제를 선호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최근 민주통합당 국회민생포럼 창립강연에서 한,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은 극단적이다.

언론에 따르면, 최 교수는 국민참여경선과 모바일 투표는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회저변층이나 소외층을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나쁜 의미의 혁명적 변화”라고 했다. 나아가 “당권과 후보, 대표와 원내대표의 분리, 집단지도체제 등 권력을 분산하는 제도는 당의 중심성과 리더십을 해체하고 정당을 약화시키는 제도개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자해적 정당구조”이며, 이 점에서 “민주당의 정당개혁은 민주화 이후 여러 정치개혁 가운데 최악의 변화 중 하나”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모바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우리 정당사에서 과연 정당과 의회가 소외계층을 대표한 적이 있었던가? 또 정당이 유권자에 대한 책임정당의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보스정치, 지역정치, 카르텔 정당, 선거정당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 정당정치가 스스로 정당민주주의를 한 발짝이라도 진전시킨 적이 있었던가? 더구나 당비를 내는 당원의 규모는 알 수도 없고 알려주지도 않는 이미 극도로 허약한 정당구조에서 모바일이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미 보편화된 모바일 문화에서 모바일이 배제하는 인구층보다 새롭게 포함할 수 있는 ‘세대’와 약자층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점도 의아할 따름이다. 한국 정당민주주의의 핵심 장애는 정당 구조의 폐쇄성에 있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당내 권력의 분산과 개방화를 시도한 것이 2000년대 초의 정당개혁이었다. 그 결과로서의 당내 권력 분산이 정당을 약화시키는 자해적 구조라고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론의 맥락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정당 구조는 시민사회의 팽창하는 정치적 욕구의 다양성을 서푼어치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정당 밖으로 끌어내서는 안 되며, 정당을 약화시켜서도 안 되고, 정당을 통한 정치만이 현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구화와 정보화의 거대 경향 속에서 네트워크를 타고 흘러넘치는 욕망과 가치들은 새로운 정치양식을 추구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고 있다. 근대사회가 구축한 제도와 이념과 규범이 끊임없는 자기대면의 성찰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되는 현실에서 정당의 개방적 개혁을 부정하는 것은 정당을 근대의 유물이나 박제로 된 장식쯤으로 ‘보존’하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당의 개방은 민주주의의 진화와 결부되어 있다. 시민의 자기실현성을 높이는 참여, 소통, 공감의 민주주의로의 진화를 위해 각 정당은 정당정치를 개방하고 바꾸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국민경선제는 그러한 정당 개방의 물꼬를 트는 새로운 실험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오류를 무릅쓴 새로운 실험이야말로 폐쇄적 소수 독식 정치의 악순환보다 훨씬 더 희망적이라는 사실이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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