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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장자연이 피눈물로 썼을 ‘조선일보 사장’은 신기루였을까?

등록 2012-07-10 19:14수정 2012-07-11 11:38

정재권 논설위원
정재권 논설위원
[아침 햇발] 장자연과 ‘또다른 죽음’ / 정재권
#1. 2011년 3월9일치 <조선일보> 12면.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던 그때, 이 사건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일보 사장’에 대해 신문사가 입을 열었다. 2009년 첫 수사 당시의 검찰 불기소 결정문을 인용해, 장자연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 ○○씨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가 평소 ○○씨를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부른 게 오해를 낳았고, 실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장자연을 만난 사실이 없었음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2. 지난 6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부 법정.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이 장자연을 자신과 연결지어 명예가 훼손됐다며 방상훈 사장이 제기한 소송의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 <조선일보>가 ‘조선일보 사장’으로 단정한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조선일보 보도는 의도적 인격살인이다. 나는 경찰에서 단순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검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장자연 문건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김종승씨와 장자연을 한자리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 자리엔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도 있었다.”

장자연
장자연
○○씨의 주장은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장자연 사건이 일어난 뒤 그는 장자연과의 관계를 이렇게 밝혀왔다. 수사당국도 그의 설명을 수긍하고 있다. 그런데도 ○○씨의 법정 증언에 새삼 눈길이 간 것은 1년여 전의 <조선일보> 보도 때문이다. 이 보도 뒤 그는 ‘장자연을 죽게 만든 사람’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고통받아 왔다.

거의 사그라졌던 장자연 사건의 불씨는 이렇게 법정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 법정공방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우선 여전히 안갯속인 ‘조선일보 사장’의 실체다. 검경의 수사로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사장’이라는 의심을 걷어낸 것 같다. <조선일보>가 단정한 ○○씨 역시 ‘조선일보 사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장자연이 피눈물로 썼을 ‘조선일보 사장’은 한낱 신기루였을까?

법정에서 <조선일보>와 연관이 있는 ‘제3의 인물’이 거론되긴 했다. 방용훈 사장이다. <조선일보> 주식을 10%가량 소유한 그는 ○○씨가 장자연을 처음 본 2007년 10월의 한 중국집 저녁 자리에 같이 있었다. 모두 9명이 참석한 그 자리를 주재했고, 밥값도 냈다. 이런 사실을 ○○씨와 몇몇 참고인들이 수사 때 진술했다. 물론 이런 정황만으로 방용훈 사장을 섣불리 ‘조선일보 사장’으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 그를 철저히 비켜간 검경의 수사에 의문이 남긴 하지만.

또다른 포인트는 <조선일보>의 태도다. 2011년 3월9일치 보도를 통해 방상훈 사장이 문제의 ‘조선일보 사장’이 아니라는 점은 나름대로 설명했지만, 너무 많이 나갔다. ‘조선일보 사장’을 <스포츠조선> 전 사장인 ○○씨라고 단정한 것은 성급했다. 사주인 방상훈 사장의 무고를 증명하려고 ○○씨를 ‘희생양’ 삼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방용훈 사장이 장자연을 만난 사실을 모른체했다는 것도 의심을 키운다. 혹시라도 그 보도에 사주나 사주 일가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개입됐다면 문제는 차원이 달라진다.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을 사적 이해를 위해 훼손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아직 진실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법정공방 속에서 조금씩 실체의 속살은 드러나고 있다. 장자연의 매니저 김종승씨가 증인으로 나오는 7월23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씨의 증언 며칠 뒤 방상훈 사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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