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7월5일 저녁 8시쯤 미군 시설·구역의 영외 순찰을 하던 미군 헌병들이 주정차 문제로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려던 사건이 발생해 우리 국민들이 공분하였다. 평택의 송탄 주둔 미군 헌병이 미군부대 인근 주정차 문제로 시비를 벌인 ㅇ씨 차량의 이동 주차를 요구하자, ㅇ씨는 이동 주차를 하고 가게로 돌아왔다. 그런데 미군 헌병들은 돌아가지 않고 ㅇ씨 가게로 들어와 그를 제압해 수갑을 채우고, 이에 항의하던 ㅅ씨와 ㅇ씨의 동생에게도 수갑을 채우고 미군부대까지 데려가다가 평택 송탄 파출소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수갑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쪽은 영외순찰 활동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규정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강변하였다. 이는 미군이 수갑을 채운 논거로 내세운 소파 제3조의 시설·구역 규정이 타국의 소파 규정에 견주어 미군의 역외 보안조처를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는 데 큰 요인이 있다. 소파 3조 1항을 보면, “미국은 시설과 구역의 설정, 운영, 경호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의 지원, 경호 및 관리를 위하여 동 시설과 구역에의 미군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미군의 요청과 한-미 합동위원회를 통한 양 정부 간 협의에 따라 동 시설과 구역에 인접한 또는 그 주변의 토지, 영해 및 영공에 대하여 관계법령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현행 소파는 시설·구역의 보안조처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시설과 구역 내부의 보안조처는 미군이 배타적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둘째 시설·구역 외의 보안조처는 합중국 군대의 편의를 위하여 우리 정부가 미국 또는 한-미 합동위원회와의 협의에 따라 시설과 구역에 인접한 또는 그 주변의 토지, 영해 및 영공에 대하여 관계법령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처를 취할 의무를 지고 있다. 셋째, 비상시에는 시설·구역 주변에서 동 군대의 경호와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미군이 직접 취할 권리를 가진다. 우리 소파 시설·구역 조항은 미군기지 주변의 보안조처에 대해 미군은 선택적으로 권리를 취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불평등한 조항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 독일, 필리핀의 소파 시설·구역 규정은 시설·구역 안에서조차 미군의 군사활동이나 핵무기 등 보유에 대해 접수국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일본과 필리핀의 소파는 시설·구역에 인접한, 또는 그 주변의 토지·영해·영공에 대해서는 광범한 미군의 보안조처권을 우리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현행 소파는 시설·구역 안팎의 관리에서 미군의 보안조처권을 과도하게 인정해주고 있다. 미군 헌병들이 부대 인근에서 단순한 주정차 문제로 한국 민간인을 체포·감금하고도 큰소리를 치는 것은 소파의 이 시설·구역 외 보안조처권에 근거한 하위 규정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미8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도 마침내 사과를 했지만, 향후에도 기지 주변 민간인 불법 체포나 우리 정부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주한미군의 해외파병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불평등한 소파의 시설·구역 규정을 다른 나라의 소파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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