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무 논설위원
가히 안철수 돌풍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불티나게 팔리고 심야에 방영한 힐링캠프는 18%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안철수를 지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은 물론 견제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책을 구해보고 텔레비전을 봤을 것이다.
안철수는 우리 사회의 과제와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선에 출마할지 않을지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놓았다지만 며칠 만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나간 듯하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내건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그가 살아온 이력, 진정성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기성의 정치가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에 대해 희망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절박한 민생의 문제가 저류를 관통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을 성장시켜오면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 체험적으로 불가피성을 느끼고 있는 점이 남다르다. 청춘콘서트를 이어가면서 이 시대 막막한 청년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머리로 이해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이해와 공감의 차이는 다른 정치인들과 안철수의 차이다.
안철수의 등장에 박근혜 의원 쪽은 실체 없는 거품이며 검증에 들어가면 꺼질 것이라고 한다. 한동안 피로감을 내보이며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다그치다가 정작 그가 구상을 밝히자 신비주의 전략이라고 몰아치기도 했다. ‘논리로 안 되면 인신을 공격하라’는 키케로식 비판은 그렇다 쳐도, 현실 정치에서 구현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현실 정치의 복잡다단함을 아는 사람들은 그게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한다. 반면 정치가 사회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많다. 여의도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 간극이 큰 지점이다. 정치학 박사로 여의도에 몸담았던 친구는 “사람들에게 현실 정치는 다르다고 했다가 기성 정치에 물들어 눈이 흐려졌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철수는 리더십에 대해 팔로워디, 곧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한다. 수평적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말한다.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기성 정치라는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정치는 단순히 권력투쟁만도 아니고 이익 조정만도 아니다. 정치는 그 두 가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둘을 넘어서는 것이다. 가장 작은 정치는 권력투쟁의 정치다. 우리가 현실 정치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보는 것이 바로 이 차원의 정치다. 작은 정치가 공익 실현을 핑계로 사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면 큰 정치는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념 갈등이나 세대 갈등보다 바로 제대로 된 정치가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에게 정치는 처음부터 큰 정치로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주의에 가깝다. 책을 엮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정치판에 나가 싸우기엔 그의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그의 개혁의지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고 한다. 안철수는 정치가 적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를 두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한다. 정치가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한다. 작은 정치의 강력한 유혹과 권력 정치에 집착하는 상대가 있는 정치판에서 큰 정치를 하자는 것은 큰 도전이다. 현실과 접목하면서 정치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는 만만치 않지만 가치있는 도전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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