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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철수의 권력의지가 약하다고? 모르시는 말씀!

등록 2012-07-29 18:52수정 2012-07-30 15:15

임석규 정치부장
임석규 정치부장
[편집국 에서] 임석규
안철수의 진정성은 이제 믿음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 사람들은 그의 진정성을 믿는 쪽과 의심하면서도 믿어주는 쪽과 믿지 않는 쪽으로 나뉜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한다. 다른 의도를 숨기거나 복선을 깔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마 뜻을 슬몃슬몃 내비치며 강연과 재산 기부, 책 출간, 방송 출연의 적확한 타이밍을 포착해 지지율을 관리했다고 치면 그야말로 ‘신의 계산’이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의 진정성을 믿어주고 싶다. 그렇다고 기획의 기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지난 4월 총선에 앞서 ‘앵그리버드 동영상’을 선보이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을 때, 기획과 홍보, 이벤트에 능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행보엔 8할의 진정성에 2할쯤의 기획이 섞여 있는 것 아닐까. 기획이 있으면 또 어떤가. 정치에서 진정성 그 자체는 허무한 것이다. 선한 정치 의도가 악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진정성과 관련된 또다른 논점은 안철수의 권력의지다. 그의 권력의지가 약하다고들 한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약해 보이지만 매우 강한 권력의지를 지닌 사람이 안철수다. 그는 이름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연구소는 ‘안철수연구소’였고, 재단은 ‘안철수재단’이며, 책은 ‘안철수의 생각’이다. 그는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았고,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름에 대한 집착, 흔적에 대한 욕구, 명예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자아를 지닌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성취욕과 내적 신념, 목적 의지가 무척 강하다. 정치를 한다면 누구보다 강한 권력의지를 내뿜을 사람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23일 방송됐다. 에스비에스 제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23일 방송됐다. 에스비에스 제공

순진해 보이는 그에게선 전략가의 면모도 엿보인다. 그는 ‘소통과 합의’를 ‘진영’이란 용어와 버무려 반복해 사용한다. 예컨대 “제가 정치를 한다면 과거 어느 진영에서 싸우던 사람이 아니니 어느 쪽과도 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와 야권 주자들이 진을 치고 대치하는 형세에서 자신은 ‘과거의 적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 싸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표현되는 대중들의 정치혐오를 적절히 활용해 박근혜를 ‘반쪽의 대표선수’로 낙인찍는 탁월한 위치선정이다. 그가 수많은 통계지표 가운데 자살률과 출산율을 콕 집어내 한국 사회의 상황을 설명하는 걸 보면 선동가적 기질마저 엿보인다.

안철수의 힘은 특권에 대한 분노, 성공에 대한 갈망이 뒤섞여 응축된 에너지다. 배고픔과 배아픔의 결합이다. 힘이 세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안철수가 이럼 힘을 모아낼 수 있었던 건 대중들이 그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무너뜨리려는 쪽도 진정성을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이미 보수진영은 그를 거짓말쟁이, 위선자, 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런데 대중은 안철수의 진정성을 의심할 뜻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가 “인생의 전환기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다”며 착하게 보이는 얼굴로 진정성을 강조하는 순간, 의구심을 품었던 대중들은 순식간에 무장해제당한다. 진정성 있게 보이는 능력, 최고의 기술이다.

안철수의 진정성을 위선으로 몰아붙이는 보수진영의 공격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인다. 기존 정치권엔 통할지 몰라도 너무 고답적이다. 안철수의 지지율 속엔 ‘새로운 정치문법서’를 써달라는, 정치를 다르게 정의해달라는 대중의 요구가 담겨 있다. 그러니 그에 대한 공격도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임석규 정치부장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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